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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의 서울일보 기고 및 관련기사

 

서울경희한의원 이병삼박사의 서울일보 기고 및 관련기사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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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침, 뜸에 대하여
<서울일보 9월 1일자 신문기사 18면 pdf 파일로 보기>

"이병삼 박사의 체질건강 이야기" 연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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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체질의 정의와 사상체질의 소개
2. 체질 및 마음의 중요성
3. 체질의 유전과 불변의 법칙
4. 체질별 식이요법의 필요성
5. 체질과 증상에 맞는 맞춤 편식
6. 입맛에 당기는 음식이 무조건 내 몸에 좋다?
7. 약과 독,  멀지만 가까운 사이
8. 질병, 체질에 따라 예방 및 치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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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체질의 정의와 사상체질의 소개


일상생활에서 체질이란 말처럼 많이 쓰이면서 쓰는 사람에 따라 각자 의미가 다른 말도 드문 것 같다. 허약 체질, 건강 체질, 알레르기 체질, 산성 체질, 찬 체질, 더운 체질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한의학에서도 체질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다. 따라서 학파마다 주장하는 바도 다르고 개인 한의사의 견해에 따라서도 편차가 심한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하여 불필요한 오해도 많이 발생하며 체질이론 자체에 대하여 회의적인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체질의학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으며 이러한 문제는 앞으로 차분히 풀어 나가야할 숙제로 생각한다.
흔히 같은 음식이나 약물을 먹고 사람에 따라 그에 대한 반응의 차이를 쉽게 볼 수 있다. 또한 특정한 상황에 봉착하였을 때 그에 대하여 인식하거나 행동하는 방식도 사람마다 참으로 다양하다. 그리고 개인에 따라서 자주 나타나는 질병의 종류와 그 증상들에도 차이가 많다. 이럴 때 우리는 쉽게 체질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체질은 이러한 차이를 유발케 하는 “신체와 정신, 체격과 성격의 상관성을 통한 유형화의 시도”로 본다.

앞으로 이 지면을 통하여 이야기 할 체질은 사상체질(四象體質)로서 1894년 동무 이제마 선생께서 동의수세보원을 통하여 주창하신 이론이다. 사상은 태양, 소양, 태음, 소음을 지칭하는 말로써 사람을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한 것이다. 희로애락의 편차에 의하여 장부의 대소가 결정되고 그로 인하여 생리와 병리가 결정된다고 보았으며, 체질별로 병에 대한 치료법과 양생법을 제시하였다. 동의보감으로 대표되는 기존의 한의학은 도교적 관점이 많이 포함되었는데 한의학에 유교의 심학을 도입한 최초의 시도로서 병의 원인에 대한 독특한 시각과 난치병의 탁월한 치료효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요즘에 와서 이를 창안하신 동무 이제마 선생의 원래의 이론에서 벗어나 왜곡되어 전수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많다. 체질의 판정에 대하여도 각자가 주장하는 검증되지 못한 수많은 방법들이 난립하고 있고, 체질별 음식이나 약물에 대하여도 학파마다 각기 다른 주장으로 국민들에게 혼선만 가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애석하게도 아직까지는 혈액형처럼 사람들의 체질을 구분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확고부동한 방법을 제시하지 못하여 동일인에 대한 체질감별에도 혼선의 여지가 있다. 물론 현재 분자유전학적인 수준에서 유전자 단위의 연구까지 진행되고 있으니 조만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좋은 체질 감별법이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다소 번거롭지만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서라도 자신의 체질을 찾아내야 한다. 앞으로 필자가 제시한 이론으로 체질을 판정하고 그에 따른 식이와 섭생으로 몸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신다면 충분히 체질이론을 검증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부디 사상체질이론을 바르게 이해하고 지켜서 누구나 온전한 건강을 확보하여 천수(天壽)를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2. 체질 및 마음의 중요성


그렇다면 체질은 우리의 삶에 있어서 왜 중요할까? 그것은 각자가 타고난 체질적 품성이 다르며 그로 인하여 밖으로 나타내는 감정의 표출에도 체질별로 차이점이 있으므로 미리 자신의 체질을 파악하여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한다면 인격의 수양은 물론 무병장수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체질의학에서는 체질적 소인으로 인하여 각자에게 특별히 오기 쉬운 병들이 있다고 보는데 체질 식이와 섭생으로 미리 예방할 수 있고, 이미 병에 들어도 체질이론을 통한 질환의 치료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이 부분에서 우리가 특히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안타깝게도 현대사회에서 체질이론하면 누구나가 맨 처음 떠올리는 것이 “당신은 어떠한 체질이니 어떠한 음식과 약을 먹어야 한다”로 끝날 정도로 단순화되어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이제마선생이 주창하신 사상의학에서는 마음(心)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중시하고 있다. 기존의 전통한의학에서는 간심비폐신이 인신의 건강을 결정하는 생리와 병리에 있어서 거의 동등한 비중과 구조로 다루어지고 있지만 사상의학에서의 심(心)은 단순히 오장(五臟) 중 하나로서의 역할이 아닌 인신의 모든 장부를 총괄하는 군주나 총재(總裁)의 역할을 하는 존재로 간주되고 있다. 그래서 사상의학의 원전인 동의수세보원의 앞부분은 주로 이것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사람마다 이러한 마음씀이 다름으로 인하여 에너지의 편차가 생기고, 그것에 의하여 장부의 대소강약이 결정되어 체질이 나타나고, 그로 인하여 각각의 체질에 따라 인신의 생리와 병리에도 각자 다른 영향이 미친다는 것이다.
전통한의학에서도 마음 씀의 중요성은 두 말 할 나위가 없다. “심자(心者) 신지주(身之主)”라 하여 “내 몸의 주인은 바로 나의 마음”이라 하였다. 조선시대의 유학자들이 심학(心學)을 기본으로 삼았다는 것도 새로울 것이 없다. 또한 불교 화엄경의 중심사상에서도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 하여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신라때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던 원효(元曉)대사의 일화는 아주 유명하다. 어느 무덤옆에서 잠을 자다가 목이 말랐는데 옆에 왠 바가지가 있어서 물을 달게 마셨는데 다음날 일어나보니 해골에 담긴 물이었다는 것이다. 만약에 처음부터 그것이 해골바가지에 담긴 물이라는 것을 인식했다면 아무리 목이 말라도 쉽게 마시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일로 깨달음을 얻은 원효대사는 유학을 포기하고 돌아왔다고 한다. 외물(外物)은 나 자신을 간섭할 수도 없고 좌지우지할 수도 없는 객체일 뿐이다. 오로지 나의 마음에 의하여 불필요하게 커다란 장애물로 변신할 뿐이다.
사람사이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체질에 따른 고유의 마음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서로간의 불필요한 갈등과 알력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관점에서 각 체질별로 다르게 타고난 마음씀의 고유함과 경향성을 인지한다면 사회는 훨씬 조화와 균형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한의학과 체질의학의 궁극적 지향점인 평중화(平中和)의 세계이다.


3. 체질의 유전과 불변의 법칙
<서울일보 8월 10일자 신문기사 18면 pdf 파일로 보기>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하나도 없다. 다만 모든 것이 변한다는 사실만이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사상체질도 이 법칙에 적용을 받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상체질은 부모로부터 유전하며, 한번 타고난 사상체질은 평생동안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사상체질이 변하는 것이 아니고 몸의 건강상태가 바뀌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체질이 변했다”고 말하는 것은 알레르기 체질, 알카리성 체질, 산성체질, 건강체질, 허약체질 등이 개선되거나 나빠지거나 다른 상태로 변화한 것을 지칭할 뿐이다.

체질의 유전법칙을 예로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만약 부모중에 태양인과 태음인이 있다면 그 자녀는 태양인이나 태음인의 둘 중 하나로 결정된다. 절대로 소양인이나 소음인이 나올 수 없다. 그런데 태양인으로 태어난 사람이 급박하고 거친 마음을 조금 누그러뜨려 양적이되 밝고 활동적이며 경쾌한 정도의 소양인의 기질 정도로 보일 수도 있다. 또한 태음인으로 타고난 사람도 섭생을 잘 하지 못하여 에너지의 준위가 더 떨어져서 음화되면 손발이 차고, 추위를 타고, 소화흡수가 잘 안되는 등의 소음인이 주로 호소하는 증상이 주가 되어 자칫 소음인처럼 보일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태양인 체질이 소양인으로 변하였다거나, 태음인 체질이 소음인으로 변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고 영성이 가장 뛰어난 존재이다. 따라서 사회화의 과정에서 꾸준히 자신의 타고난 품성의 약점을 보완하려 노력한다. 또한 본인이 의도하지 않아도 처한 환경에 의하여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양적인 성향을 가진 태양인이나 소양인이 종교를 통하여 깨달음을 얻거나 수양을 하면서 음적인 경향을 띄는 경우도 많다. 또한 음적인 성향을 가진 태음인이나 소음인의 경우에도 대학에 입학하거나, 군대 생활을 경험하거나, 취직을 하고난 뒤에 맡은 보직에 따라서 진취적이고 적극적이며 활달한 양인의 성향을 닮게 된다. 따라서 체질을 파악할 때는 원래의 타고난 성품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현재 상태의 감정표현을 자신의 타고난 성품으로 오인하여 체질 판별을 그르치게 된다.

또한 몸 상태도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통상적으로 인삼과 홍삼은 몸이 찬 사람에게 좋다. 하지만 평소에 이러한 더운 성질의 음식이나 약물을 잘 먹던 사람도 어느 순간 두통이 생기고 어지럽고 열감을 느낄 수도 있다. 체질을 불문하고 수분이 줄어있는 상태에서 열이 들어가면 이러한 부작용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인삼 홍삼이 잘 맞던 소음인 체질에서 그렇지 않은 다른 체질로 변했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단지 몸의 건강상태가 바뀐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감정표현의 경향성에만 매몰되거나 특정한 시점에서의 음식이나 약물의 반응에만 구애 받는다면 절대로 정확한 체질을 알아낼 수 없다. 체질의 유전법칙을 염두에 두고 타고난 품성과 장기간의 객관적인 몸의 반응을 잘 관찰해나간다면 체질에 대한 가계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준비는 이미 다 갖춘 셈이다.


4. 체질별 식이요법의 필요성
<서울일보 8월 18일자 신문기사 18면 pdf 파일로 보기>

예로부터 우리는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영양이나 건강적인 측면 모두에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각자의 체질에 맞는 알고하는 편식을 권합니다. 우리가 음식을 선택하는 방식은 대개 평소에 추구하는 기호나 서양의 영양학적 관점입니다. 무슨 음식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어 어디에 좋다는 식입니다. 하지만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서 성분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좋지 않은 음식은 단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유명하다는 건강프로에서 무엇에 좋은 음식이라 하여 일주일에 하나씩 소개를 하는데 일 년이면 50여 가지, 10년이면 500여 가지가 등장할 것입니다. 결국은 우리가 먹는 모든 것이 어딘가에는 좋다는 결론이 나오겠지요? 그렇다면 아무거나 먹어도 될 텐데 과연 그런 정보가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몸에 좋다는 그러한 음식들을 똑같이 먹고서도 나타나는 반응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입니다. 방귀, 구토, 설사, 변비, 체기(滯氣), 트림, 신물, 속 쓰림 등은 모두 몸에 맞지 않는 반응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반응이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것은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나 빈도가 반응을 나타내는 정도 이하이거나 그 사람의 소화기능이 워낙 좋아서 그럴 것입니다. 이렇게 음식으로 아무런 탈이 없는 사람들은 흔히 체질 같은 것은 없다하고 당연히 골고루 먹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낙숫물에 바위는 깨어지고, 가랑비에 옷이 젖고, 먼지도 쌓이면 무게를 만들기 마련입니다.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이 점차 많아지게 되면 어느 한쪽으로의 극성(極性)을 띄게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병의 상태로 이동하게 됩니다. 물론 어느 한 쪽으로 조금도 편중됨이 없이 정말로 골고루 먹어서 여러 가지 음식이 섞이면 그나마 서로의 기운이 중화(中和)되므로 별 큰 탈이 없겠지만 현실에서는 불가능하고 결국 체질과 상반된 기미(氣味)의 음식을 자주 섭취하게 되면 병이 발생합니다.

다행히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은 약에 비하여는 그 기운과 맛이 강력하지 않고 어느 한쪽으로도 심하게 편중되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체질과 증상에 맞지 않은 음식을 계속해서, 자주, 많이 먹게 되면 반드시 병에 이를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각자의 몸에 맞는 식이요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흔히들 “얼마나 살 것이라고 그렇게 유난을 떨어?”, “골고루 먹는 것이 좋은 거야!”, “입맛에 당기는 것이 내 몸에 좋은 거야!” 등등의 말들을 많이 합니다. 또한 체질이 다른 사람이 한 집에 같이 사는데 어떻게 다 맞출 수가 있으며,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에게만 맞는 음식을 어떻게 먹느냐는 실질적인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어차피 핑계를 대자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하지만 방법을 알게 되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또한 중병(重病)인 환자는 식이요법을 철두철미하게 해야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하기는 사실상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융통성을 어느 정도 발휘하시되 지킬수록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다음에는 90% 이상 자신의 체질에 맞는 식이요법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드리겠습니다.


5. 체질과 증상에 맞는 맞춤 편식

<서울일보 8월 24일자 신문기사 18면 pdf 파일로 보기>

100여년전, 에디슨(1847 ~ 1931)이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미래의 의사는 환자에게 약을 주기보다는 환자 각자의 체질, 음식, 질병의 원인과 예방에 관심을 기울이게 될 것이다.“ 수많은 발명으로 인류의 생활을 풍요롭게 한 발명가가 의학에도 상당히 조예와 통찰이 깊었던 듯합니다. 마치 지금의 체질의학을 염두에 둔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 자신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맞춤 편식을 주장합니다. 병이 나는 이유는 크게 보면 자신에게 맞지 않은 음식과 욕심에 의한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섭취하는 음식의 기운과 맛에 의하여 몸과 마음은 지대한 영향을 받습니다. 체질에 맞는 식이요법을 언뜻 편식이라 생각하여 부정적인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지만 각각의 체질마다 과일, 채소, 육류, 생선, 곡물이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지 가짓수만 줄어들 뿐 영양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식이요법은 즐거운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오히려 그로 인한 스트레스로 역효과가 생깁니다. 또한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면 제대로 성과를 낼 수도 없습니다. 차라리 이런 분들은 그냥 골고루 드시면 됩니다. 여러 가지 음식이 섞이면 그나마 음양의 에너지가 상쇄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병이 있거나 그 상태가 중한 사람일수록 철저하게 식이요법을 해야 합니다. 몸이 약할 때에는 성미가 그리 강하지 않은 음식에 의해서도 심신이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래와 같은 구체적 요령으로 체질에 맞는 식이요법에 적극 도전해봅시다.

첫째, 자주 탈이 나는 음식은 되도록 피합니다. 
둘째, 나의 체질에 맞지 않은 음식은 내 돈 주고는 사먹지 않습니다. 
셋째, 위와 같은 음식을 어쩔 수 없이 먹을 수밖에 없을 때에는 최소한으로 먹고 그것을 상쇄할 수 있는 성질의 음식과 함께 먹습니다. 
예를 들어 몸이 찬 사람이 회식을 하는데 돼지고기 삼겹살을 먹으러 갔습니다. 우선 평소에 삼겹살을 먹으면 체하거나, 방귀가 나오거나, 속이 더부룩하다면 몸이 차다고 봅시다. 이런 사람이라면 삼겹살이 나오기 전에 된장찌개에 식사부터 하시고, 삼겹살에서도 비계는 최대한 배제하고 주로 살코기 부위를 구울 정도로 바싹 익혀서 기름기가 없게 하고, 상추대신에 따뜻한 성질의 깻잎을 싸서 파 마늘 생강 고추 고추장 된장 소금을 찍어서 먹으면 돼지고기의 찬 성질을 중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돼지고기가 정 먹고 싶을 때에는 김치찌개에 살코기만 넣어서 아쉬움을 달래는 정도로만 해야 합니다. 더구나 몸이 찬 사람이 성질이 차고 이뇨를 촉진시키는 녹차나 와인에 숙성한 돼지고기를 맥주와 먹는다면 최악의 선택입니다. 음식의 성질이 차고 더운 것에 대하여는 앞으로 사상체질 이론과 함께 이 지면을 통하여 계속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넷째, 가족에 음인과 양인이 함께 있을 때는 보통 때와 같이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하되 각자에 맞는 것을 골라서 많이 먹습니다. 찌개나 국처럼 여러 가지 재료가 섞인 경우에도 건더기 중에서 자기에게 맞는 재료를 더 많이 먹으면 됩니다.

따로 돈도 들지 않는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건강관리의 비법이 체질에 맞는 식이요법입니다. 앞으로 저와 함께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알아보고 그에 따른 식이요법의 지속적 실천으로 심신의 건강한 변화를 직접 체험해보시기 바랍니다.


6. 입맛에 당기는 음식이 내몸에 좋다? 

<서울일보 8월 31일자 신문기사 18면 pdf 파일로 보기>

자신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식이요법을 하라고 하면 어떤 사람들은 그냥 입맛에 당기는 대로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심지어 아플 때 당기는 음식은 100% 그 사람의 몸에 맞기 때문이라는 말도 한다. 실제로 그렇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자신의 몸에 필요한 것만 당긴다면 아마도 이 세상에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야 할 것이며 설령 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자신의 몸 상태에 맞는 음식만 당길 터이니 별다른 처치없이도 금방 회복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잘못된 식이에 의하여 생긴 그 많은 병들은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할까? 또한 아플 때 환자가 찾는 음식을 한번 그대로 먹게 해보자! 아마도 엄청난 혼란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물론 우리 몸은 스스로 질병을 극복하려는 자생력이 엄청 뛰어나긴 하지만 그것을 너무 확대해석하여 맹신하면 절대 안된다. 특정한 음식을 좋아하는 기호(嗜好)는 주로 어려서부터의 식습관에 의하여 결정될 뿐이다. 평상시에 먹어왔던 음식은 탈이 나더라도 으레 그러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계속 먹게 된다. 하지만 이러한 몸의 반응에 귀를 기울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매번 반복되어 탈이 난다면 그것은 나와 궁합이 맞지 않는 음식이다. 아무리 성분이나 영양학적으로 뛰어나다 하여도 무용지물일 뿐 아니라 먹을수록 내 몸을 상하게 한다.

흔히 특정한 질환은 부모로부터 유전된다고 한다. 하지만 자녀들에게 모두 부모의 병이 유전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분명 확률적으로 높아질 수는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녀는 부모와 먹는 음식, 마음 씀, 몸의 자세, 생활습관 등의 섭생과 처한 환경이 비슷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모지에서도 꽃은 피듯이 자녀 중에서도 병에 걸린 부모와는 다르게 섭생을 잘 한다면 충분히 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설령 부모가 몹쓸 병에 걸렸다하더라도 지레 겁을 먹고 자포자기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부모가 건강하다 하여 그것만 믿고 자신의 체질에 맞는 섭생을 게을리 한다면 새로운 병이 생겨 후대의 원망을 살 수도 있으니 부득이 삼가지 않으면 안된다. 

요즘 과학문명의 발달에 힘입어 염색체나 유전자의 검사로 향후 특정한 질환에 걸릴 확률을 예측한다고 한다. “당신은 암에 걸릴 확률이 높으니 조심하라”는 식이다. 마치 “당신은 이러한 사주로 운이 나쁘니 조심하라”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물론 항상 삼가고 경계하여 나쁠 것은 없다. 사주팔자의 해석도 그 정도에서는 상당한 의의가 있다할 수 있다. 미리 조심하여 액(厄)을 피할 수 있음에랴? 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낙인(烙印)이 찍힌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의기소침할 필요는 전혀 없다. 

부모의 정자와 난자가 수정할 때 이미 결정된 선천(先天)의 상태도 중요하지만 타고난 뒤에 어떠한 음식을 먹고, 어떠한 마음가짐을 가지고, 어떠한 환경에서, 어떠한 생활을 하느냐의 후천적 요소가 건강을 유지하는데 더 중요하다. 약한 선천도 노력여하에 따라서 충분히 보강되고 극복될 수 있다. 제아무리 몹쓸 유전병이라 하더라도 분명히 생긴 대(代)가 있고 저 멀리 선조부터 계속해서 대물림되지는 않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라도 짧은 세치 혀의 탐심(貪心)에 넘어가서 당기는 대로 먹지 말고 나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음식을 잘 가려서 먹도록 하자. 자칫 본인이 몹쓸 병을 유전시키는 장본인이 되어 대대손손 욕을 먹는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7. 약과 독,  멀지만 가까운 사이

<서울일보 9월 8일자 신문기사 18면 pdf 파일로 보기>

식약동원(食藥同源), 즉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을 같이 한다”라는 말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말입니다. 그만큼 먹는 것의 중요함을 약에 견준 것이지요. 하지만 필자는 여기에 독을 추가하여 식약독동원(食藥毒同源)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즉 먹는 것이 때에 따라서는 약이 될 수 있지만 독도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음식의 성질과 그것을 먹는 사람의 몸의 상태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서양의학에서 음식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것이 함유하고 있는 성분이나 영양소일뿐 그것을 먹는 사람에 대하여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람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서 성분이나 영양학적으로 좋지 않은 음식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의학에서는 음식이나 약물의 기운과 맛을 중시합니다. 그 기운은 따뜻하거나, 아주 덥거나, 서늘하거나, 아주 찬 네가지로 나뉩니다. 다섯 가지의 맛은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 것입니다. 크게 이 네가지의 기운과 다섯가지의 맛으로 음식과 약물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을 먹는 사람의 몸의 상태와의 적합성을 살핍니다. 물론 더 세부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몸이 찬 소음인은 덥고 매운 성질의 음식을, 몸이 더운 소양인은 차고 쓴 음식을, 기가 위로 편중된 태양인은 서늘하고 신 음식을, 자꾸 기운이 움추려들어 발산이 되지 못하는 태음인은 따뜻하고 약간 매운 음식을 위주로 먹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몸에 화열이 많은 소양인에게 인삼, 홍삼, 개고기, 닭고기는 분명 몸의 수분과 진액을 더 소진케하여 병을 유발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몸이 차서 배가 자주 아프고 변이 무르거나 설사를 자주하는 소음인에게는 찬 성질의 돼지고기나 기름기 있는 음식이 좋지 않을 것임은 자명합니다. 또한 신체 에너지의 중심이 상체로 치우쳐 있는 태양인에게 천마, 죽순같이 기를 더욱 올리는 음식은 오히려 고혈압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몸의 기운이 자꾸 움추려 들고 피부가 두꺼워 땀의 발산이 안되는 태음인에게 신맛이나 떫은 맛의 감이나 포도 등은 더욱 그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추구하는 절대 목표는 조화(調和)와 균형(均衡)입니다. 음(陰)과 양(陽), 물과 불, 기(氣)와 혈(血)이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으면서 서로 평형을 이룰 때가 이상적으로 가장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임금이 내리는 사약(賜藥)은 부자, 초오, 천남성 등의 유독(有毒)한 한약재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약재들은 적절한 수치(修治)를 거쳐 한의사에 의하여 실제로 여러 증상에 운용되어 질병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건강이란 명목으로 영양제를 포함한 온갖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검증이 안 된 것도 많을뿐더러 오용(誤用)이나 무분별한 남용(濫用)에 의하여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반응이 민감한 사람이거나 용량이나 농도가 높아서 부작용이 눈에 띈다면 복용을 중지하겠지만 별다른 특이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단지 판매회사에서 주장하는 효능만을 맹신한 체 오랫동안 복용한다면 그 폐해는 생각보다 매우 심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숙련되고 정통한 한의사에게 자문(諮問)하여 자신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약(補藥)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의사의 정확한 진찰을 통하여 허(虛)한 곳을 정확히 간파해야 적절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약이 되는 것도 나에게는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합시다. 자칫 귀중한 시간, 금전, 노력의 비용을 들이면서도 건강을 해치는 우(愚)는 범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8. 질병, 체질에 따라 예방 및 치료해야
<서울일보 9월 8일자 신문기사 18면 pdf 파일로 보기>

대부분의 모든 의학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소실을 목표로 치료행위를 하는 증치의학(證治醫學)입니다. 이 범주에서 가장 전형적인 것은 서양의학으로서 증상에 대응하는 대증치료(對症治療)에 주안점을 둡니다. 따라서 같은 병의 같은 증상에는 누구에게나 같은 처방을 구사하므로 전병전방식(專病專方式)이라고 칭합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같은 병이라도 사람에 따른 개체차이를 구별합니다. 증상을 판별하는 변증(辨證)이라는 독특한 체계를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병의 증상을 음인지 양인지, 찬 것에 속하는지 더운 것에 속하는지, 병이 체표 부위에 있는지 오장육부의 깊은 곳에 있는지, 허해서 생긴 병인지 병사가 실한 것인지 판별합니다. 이러한 8가지의 큰 강령(綱領)에 의하여 병의 성질을 파악하는 것을 팔강변증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한의학 고유의 변증체계에 의한 진단으로 병을 치료하는 방법에 더하여 체질한의학은 각자가 타고난 고유의 체질에 따라서 병이 오게 되는 원인이 다르므로, 그 치료에 있어서도 체질적 취약점을 보강하는 것에 역점을 둡니다. 즉 증상의 소실과 그 예방에 개인의 체질적 특이성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감기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서양의학에서는 감기의 원인을 바이러스로 보고 그 종류에 따라서 증상도 달라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치료에 있어서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바이러스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는 항바이러스제대신 증상의 완화에 초점을 맞추어 약물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발열 근육통 인후통에는 해열 진통 소염제를, 코막힘에는 비충혈 완화제를, 콧물에는 항히스타민제를, 부비동염이나 중이염에는 항생제를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한의학의 치료는 다릅니다. 한의학에서는 감기의 초기에는 대개 몸을 덥혀 땀구멍을 열어서 감기의 원인으로 주되게 작용한 찬 기운을 내보냅니다. 또한 감기의 초기에 나타나는 발열도 내 몸의 바른 기운과 외부에서 유입된 나쁜 기운과의 세력 싸움에서 부득이하게 발생되는 정상적이고 생리적인 투쟁의 부산물로 보기 때문에 아주 심한 열이 아니면 일부러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또한 감기의 증상을 위에서 말한 팔강변증(八綱辨證)으로 분석하여 유발원인을 세밀하게 가리게 됩니다. 대부분은 찬 기운에 의해서지만 때에 따라서는 바람, 더운 기운, 건조한 기운 중 어느 하나 또는 몇가지가 섞여 복합적으로 감기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감기의 회복 후에는 몸을 보(補)하여 정기를 북돋우는 치료를 합니다. 한의학에서 외부의 병원균에 저항하는 면역력, 항병력을 내 몸이 건강한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판단합니다. 전 세계를 필요이상으로 죽음의 공포에 몰아 넣었던 신종플루였지만 예상외로 걸리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았고 걸린 사람 중에도 일반 감기에 준할 정도의 가벼운 증상으로 넘어간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그만큼 병에 걸리는 것은 외부의 요인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감수되는 각자의 건강상태가 더욱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체질 한의학에서는 체질별 특이성으로 인하여 각자에게 자주 오게 되는 감기의 유형을 파악하고 그 치료에 있어서도 체질별 장부(臟腑)의 취약점을 보강합니다. 대개 태양인은 건조한 증상이 많고, 소양인은 발열에 편중되고, 태음인은 근육통을 수반하고, 소음인은 소화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열, 기침, 가래, 콧물, 숨가쁨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데 있어서도 체질별로 가장 적합한 약재를 선택하게 됩니다. 요즘 서양에서도 맞춤의학(Tailored Medicine)이라는 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만 사실 한의학에서는 이미 수천년 동안 각자에게 적용되어 내려오고 있는 치료체계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체질의 정확한 판정을 통하여 그에 맞게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체질 한의학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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