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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이열치열(以熱治熱)의 허실(虛實) (강서양천신문 2006.8.14)

 

이열치열(以熱治熱)의 허실(虛實) (강서양천신문 2006.8.14)

이열치열(以熱治熱)의 사전적 의미는 더운 것으로써 더운 것을 다스린다는 뜻으로, 어떠한 작용에 대하여 그것과 같은 수단으로 대응한다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열이 날 때에 땀을 낸다든지, 뜨거운 차나 음식으로 더위를 이기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흔히 여름철이 되면 이열치열이라 하여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으면서 땀을 흘리게 되는데 이는 한의학적으로도 상당한 근거가 있다. 여름에는 체표(體表)로 열이 몰리게 되어 상대적으로 비위(脾胃)는 차지기 마련이다. 또한 빙과류나 냉(冷)한 음식, 과일이나 야채 등의 생(生) 것을 자주 먹고,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자주 쏘이게 되므로 오히려 소화기가 차서 생기는 설사, 복통, 소화불량이 오기 쉽다. 따라서 이럴때는 따뜻한 성질의 삼계탕이나  개고기 등을 먹어서 비위를 따뜻하게 하면 좋다. 이러한 음식들은 흔히 보양식(補養食,補陽食)으로 불리운다. 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여 몸을 보양(補養)하는 측면이 있고, 또한 땀을 흘리면서 소실되는 양기(陽氣)를 보충하는 의미가 있다.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것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중의 하나가 수분(水分)이다. 물은 혈액중의 혈장(血漿), 점막의 진액(津液), 관절낭의 활액(滑液)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하지만 섭취하는 물의 양에 비하여 땀이나 소변, 설사, 구토, 출혈 등이 과도하게 되면 몸이 병적인 상태에 빠지게 된다. 혈장의 양이 줄어들게 되면 혈액의 점도가 끈끈해져서 저리거나 쥐가 나는 담(痰)의 증상이 오며, 혈액순환장애에 의하여 피로, 무기력, 두통, 어지러움, 수족냉증, 생리통, 가려움증 등이 발생하게 된다. 점막으로의 진액이 부족하게 되면 안구건조증, 구갈(口渴), 인후건조감, 해수(咳嗽), 천식(喘息), 변비, 질건조감 등이 온다. 관절낭의 활액부족은 관절염에 의한 통증과 부종을 야기한다. 따라서 여름철에 이열치열이라 하여 과도하게 땀을 흘리게 되면 양기(陽氣)가 손상되어 오히려 이러한 부작용의 우려가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의 양기(陽氣)란 다름아닌 혈액의 작용을 말한다.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생명의 동력이 되는 것도 모두 혈액이 근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도한 발한(發汗)에 의한 수분(혈액)량의 부족은 직접적인 양기(陽氣)의 손실을 가져오는 것이다.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을 결코 건강하다 할 수 없다. 피부에 흐르는 양기의 부족으로 땀구멍의 개폐(開閉) 조절이 실조되어 혈액이 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름철에 먹는 보양식의 재료가 모두 온열(溫熱)한 성질로 구성이 된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 인삼, 황기, 생강, 대추 등이 그렇고 개고기 또한 더운 성질이다. 흔히 여름철에는 보약(補藥)을 먹어도 땀으로 빠져서 효과가 없다는 말들을 한다. 그러면서도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려서 지치기 쉬우므로 보양식을 자주 먹어야 한다고 한다. 똑같은 논리인데 보약과 보양식을 구분하여 정반대의 행동을 취하는 이유를 알수 없다.

무한불성(無汗不成)이요, 여름에 땀흘린 만큼 가을에 수확으로 증명된다는 말은 노력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말일 뿐이다. 실제로는 여름에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가을, 겨울에 반드시 병에 걸리게 된다. 땀을 아껴서 양기(陽氣)를 잘 보존하여 추운 계절을 잘 버틸 불씨를 확보해야 한다. 강도(强度)에 맞는 슬기로운 이열치열을 잘 실행하고, 지친 몸을 잘 보강하여 긴 겨울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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