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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9.동의보감과 동의수세보원[서울일보 2010.9.28 기고] 이병삼원장

 


9.동의보감과 동의수세보원

<서울일보 9월 28일자 신문기사 18면 pdf 파일로 보기>

2009년 7월 31일 “동의보감”이 의학서적으로서는 사상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또한 현재까지 이 분야에 등재된 의학서적은 동의보감을 포함하여 총 3건에 불과합니다. 동의보감이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배경과 의의에 대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동의보감은 1613년 한국에서 집필된 의학적인 지식과 치료기술에 관한 백과사전으로, 왕의 지시하에 여러 의학 전문가들과 문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허준이 편찬하였다. 동의보감은 동아시아 의학의 발전 뿐 아니라, 많은 부분에 영향을 주었다. 예를 들어, 19세기까지는 유래가 없었던 예방 의학과 국가적으로 이뤄지는 공공 보건정책에 대한 관념을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 동의보감은 한국적인 요소를 강하게 지닌 동시에, 일반 민중이 쉽게 사용가능한 의학지식을 편집한 세계 최초의 공중보건의서라는 점을 인정받아 이번에 등재되었다. 전문가들은 또한 동의보감이 질병 치료와 관련해 정신적·심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동양의학의‘총체적 접근법’을 담고 있어, 단순한 기술적인 가치를 넘어 사회적·철학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보았다. 아울러 초간본 동의보감이 이상적인 보존 환경에 놓여 있다는 점도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동의보감의 내용 중 요즘 시대에 맞지 않고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극히 일부의 것을 가지고 그 전체의 가치를 폄하하고 자신이 속한 이익집단의 학문적 우월성을 증명하려는 치졸한 행태가 나타나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동의보감을 국부(國富)를 창출할 보고(寶庫)로서 인식하고 활용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무관심과 특정 이익집단의 유치한 시기심으로 한의학은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은 중국에 이미 주도권을 빼앗길 위험에 처해있습니다.

2008년 WHO가 침구의 혈위(穴位·침이나 뜸을 놓는 자리) 표준을 정할 때 365개 혈 자리 중 한·중·일 3개국이 이견을 보인 100여개를 두고 논쟁이 이어졌으나, 한국 한의학계에서 인정하고 있는 혈위가 다수 표준에 올랐습니다. 연이은 2009년 7월에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이에 자극받은 중국은 그들의 침구(鍼灸·침과 뜸)를 유네스코에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하였습니다. 하지만 침구의 전신은 '폄석'인데, 한의학의 가장 오래된 고서(古書)인 '황제내경'에 '폄석은 동방에서 온 것'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동쪽은 연해주를 포함한 만주 일대, 우리나라를 가리키는 말로서 대한민국의 침술이 중의 침술과 비교해 기원으로 보나 정통성으로 보나 우위에 있습니다. 

중국은 동북공정(한민족의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작업)에 이어 우리 한의학을 '조의학(朝醫學·조선의 의학)'으로 폄하하고 중의학의 일부로 흡수하려는 '한의학 공정'마저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전통중국의학)'이라는 용어를 아시아권 전통의학의 공식명칭으로 만들기 위해 국제표준화기구(ISO)에 집요한 물밑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국 인삼이 세계적으로 최고 품질로 꼽히지만, 인삼의 국제 표준어는 우리가 손 놓고 있는 사이 일본말인 '진셍(ginseng)'으로 정착되었습니다.

황하문명에서 시작된 한의학(漢醫學)은 1433년 조선 세종 때 쓰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이후 우리 민족의 의학인 한의학(韓醫學)으로 독자적 발전을 이룹니다. 특히 19세기 말 이제마선생에 의하여 창안된 사상체질의학은 중국에는 없는 우리 고유의 것으로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이란 책을 통하여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상체질의학은 21세기에 전세계적으로 한의학을 알리고 이를 통하여 민족의 자존을 드날리며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국부를 창출할 우리 고유의 위대한 유산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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