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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8.질병.체질에 따라 예방및 치료해야[서울일보 2010.9.8기고] 이병삼 원장

 



8. 질병, 체질에 따라 예방 및 치료해야

<서울일보 9월 8일자 신문기사 18면 pdf 파일로 보기>

대부분의 모든 의학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소실을 목표로 치료행위를 하는 증치의학(證治醫學)입니다. 이 범주에서 가장 전형적인 것은 서양의학으로서 증상에 대응하는 대증치료(對症治療)에 주안점을 둡니다. 따라서 같은 병의 같은 증상에는 누구에게나 같은 처방을 구사하므로 전병전방식(專病專方式)이라고 칭합니다. 

하지만 한의학에서는 같은 병이라도 사람에 따른 개체차이를 구별합니다. 증상을 판별하는 변증(辨證)이라는 독특한 체계를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병의 증상을 음인지 양인지, 찬 것에 속하는지 더운 것에 속하는지, 병이 체표 부위에 있는지 오장육부의 깊은 곳에 있는지, 허해서 생긴 병인지 병사가 실한 것인지 판별합니다. 이러한 8가지의 큰 강령(綱領)에 의하여 병의 성질을 파악하는 것을 팔강변증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한의학 고유의 변증체계에 의한 진단으로 병을 치료하는 방법에 더하여 체질한의학은 각자가 타고난 고유의 체질에 따라서 병이 오게 되는 원인이 다르므로, 그 치료에 있어서도 체질적 취약점을 보강하는 것에 역점을 둡니다. 즉 증상의 소실과 그 예방에 개인의 체질적 특이성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감기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겠습니다. 서양의학에서는 감기의 원인을 바이러스로 보고 그 종류에 따라서 증상도 달라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그 치료에 있어서는 원인으로 지목되는 바이러스의 활동을 무력화시키는 항바이러스제대신 증상의 완화에 초점을 맞추어 약물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발열 근육통 인후통에는 해열 진통 소염제를, 코막힘에는 비충혈 완화제를, 콧물에는 항히스타민제를, 부비동염이나 중이염에는 항생제를 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한의학의 치료는 다릅니다. 한의학에서는 감기의 초기에는 대개 몸을 덥혀 땀구멍을 열어서 감기의 원인으로 주되게 작용한 찬 기운을 내보냅니다. 또한 감기의 초기에 나타나는 발열도 내 몸의 바른 기운과 외부에서 유입된 나쁜 기운과의 세력 싸움에서 부득이하게 발생되는 정상적이고 생리적인 투쟁의 부산물로 보기 때문에 아주 심한 열이 아니면 일부러 떨어뜨릴 필요가 없다고 봅니다. 또한 감기의 증상을 위에서 말한 팔강변증(八綱辨證)으로 분석하여 유발원인을 세밀하게 가리게 됩니다. 대부분은 찬 기운에 의해서지만 때에 따라서는 바람, 더운 기운, 건조한 기운 중 어느 하나 또는 몇가지가 섞여 복합적으로 감기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감기의 회복 후에는 몸을 보(補)하여 정기를 북돋우는 치료를 합니다. 한의학에서 외부의 병원균에 저항하는 면역력, 항병력을 내 몸이 건강한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판단합니다. 전 세계를 필요이상으로 죽음의 공포에 몰아 넣었던 신종플루였지만 예상외로 걸리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았고 걸린 사람 중에도 일반 감기에 준할 정도의 가벼운 증상으로 넘어간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그만큼 병에 걸리는 것은 외부의 요인도 중요하지만 그것에 감수되는 각자의 건강상태가 더욱 결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체질 한의학에서는 체질별 특이성으로 인하여 각자에게 자주 오게 되는 감기의 유형을 파악하고 그 치료에 있어서도 체질별 장부(臟腑)의 취약점을 보강합니다. 대개 태양인은 건조한 증상이 많고, 소양인은 발열에 편중되고, 태음인은 근육통을 수반하고, 소음인은 소화장애를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열, 기침, 가래, 콧물, 숨가쁨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데 있어서도 체질별로 가장 적합한 약재를 선택하게 됩니다. 요즘 서양에서도 맞춤의학(Tailored Medicine)이라는 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만 사실 한의학에서는 이미 수천년 동안 각자에게 적용되어 내려오고 있는 치료체계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체질의 정확한 판정을 통하여 그에 맞게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체질 한의학이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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