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7.약과 독, 멀지만 가까운 사이[서울일보 2010.9.8기고] 이병삼 원장

7. 약과 독,  멀지만 가까운 사이
<서울일보 9월 8일자 신문기사 18면 pdf 파일로 보기>

식약동원(食藥同源), 즉 “음식과 약은 그 근원을 같이 한다”라는 말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말입니다. 그만큼 먹는 것의 중요함을 약에 견준 것이지요. 하지만 필자는 여기에 독을 추가하여 식약독동원(食藥毒同源)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즉 먹는 것이 때에 따라서는 약이 될 수 있지만 독도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음식의 성질과 그것을 먹는 사람의 몸의 상태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서양의학에서 음식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그것이 함유하고 있는 성분이나 영양소일뿐 그것을 먹는 사람에 대하여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사람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서 성분이나 영양학적으로 좋지 않은 음식은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병에 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의학에서는 음식이나 약물의 기운과 맛을 중시합니다. 그 기운은 따뜻하거나, 아주 덥거나, 서늘하거나, 아주 찬 네가지로 나뉩니다. 다섯 가지의 맛은 시고, 쓰고, 달고, 맵고, 짠 것입니다. 크게 이 네가지의 기운과 다섯가지의 맛으로 음식과 약물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또한 그것을 먹는 사람의 몸의 상태와의 적합성을 살핍니다. 물론 더 세부적으로 적용되는 규칙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몸이 찬 소음인은 덥고 매운 성질의 음식을, 몸이 더운 소양인은 차고 쓴 음식을, 기가 위로 편중된 태양인은 서늘하고 신 음식을, 자꾸 기운이 움추려들어 발산이 되지 못하는 태음인은 따뜻하고 약간 매운 음식을 위주로 먹으면 좋습니다.

하지만 몸에 화열이 많은 소양인에게 인삼, 홍삼, 개고기, 닭고기는 분명 몸의 수분과 진액을 더 소진케하여 병을 유발할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몸이 차서 배가 자주 아프고 변이 무르거나 설사를 자주하는 소음인에게는 찬 성질의 돼지고기나 기름기 있는 음식이 좋지 않을 것임은 자명합니다. 또한 신체 에너지의 중심이 상체로 치우쳐 있는 태양인에게 천마, 죽순같이 기를 더욱 올리는 음식은 오히려 고혈압을 유발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몸의 기운이 자꾸 움추려 들고 피부가 두꺼워 땀의 발산이 안되는 태음인에게 신맛이나 떫은 맛의 감이나 포도 등은 더욱 그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한의학에서 추구하는 절대 목표는 조화(調和)와 균형(均衡)입니다. 음(陰)과 양(陽), 물과 불, 기(氣)와 혈(血)이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으면서 서로 평형을 이룰 때가 이상적으로 가장 건강한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옛날에 임금이 내리는 사약(賜藥)은 부자, 초오, 천남성 등의 유독(有毒)한 한약재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약재들은 적절한 수치(修治)를 거쳐 한의사에 의하여 실제로 여러 증상에 운용되어 질병을 치료하기도 합니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건강이란 명목으로 영양제를 포함한 온갖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합니다. 하지만 제대로 검증이 안 된 것도 많을뿐더러 오용(誤用)이나 무분별한 남용(濫用)에 의하여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반응이 민감한 사람이거나 용량이나 농도가 높아서 부작용이 눈에 띈다면 복용을 중지하겠지만 별다른 특이 반응이 없는 상태에서 단지 판매회사에서 주장하는 효능만을 맹신한 체 오랫동안 복용한다면 그 폐해는 생각보다 매우 심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반드시 전문가인 한의사에게 자문(諮問)하여 자신의 체질과 증상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약(補藥) 또한 마찬가지이다. 한의사의 정확한 진찰을 통하여 허(虛)한 곳을 정확히 간파해야 적절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약이 되는 것도 나에게는 독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합시다. 자칫 귀중한 시간, 금전, 노력의 비용을 들이면서도 건강을 해치는 우(愚)는 범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