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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궁합(宮合)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9.3.16)

궁합(宮合)은 본래 남녀의 타고난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분석하여 오행(五行)을 통하여 서로의 어울림을 판단하는 것에서 유래하여 요즘은 음식궁합, 체질궁합, 찰떡궁합 등등 많은 분야에서 친밀도, 융화(融和), 배합(配合)의 정도와 가능성을 가늠하는 말로 흔히 쓰이고 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이나 다양한 심리검사, 체질 등으로 궁합을 맞춰보곤 한다. 하지만 이러한 행위들이 적당한 흥미나 참고 수준의 정도를 넘어서서 절대적인 가치로 맹신되어 판단이나 행동의 근거로 작용한다면 그 폐해는 돌이킬 수 없이 커질 수도 있다.

성격, 성향, 기질은 자라온 환경과 의도적인 사회화의 과정을 통하여 후천적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도, 바뀔 수도 있다. 또한 관측시점에서의 자신이 판단하는 주관적인 성향이 주로 반영되므로 본래의 타고난 성품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을 수 있다. 사주로 보는 궁합도 해석자(역술가, 점술가)의 주관에 의하여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고,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인생의 큰 결정을 위임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때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것(隨時變易)이 역(易)이라 하였듯이 사람의 운수는 정해진 것이 없고, 단지 매 상황에서 얼마나 현명한 판단과 결단과 실행을 하느냐에 의하여 차이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 스스로 본인의 판단에 자신이 없을 때 누군가에 결정을 미루며 의지하거나, 자신의 결정에 힘을 싣고 싶어서 하는 행위쯤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타고난 사주에 못지않게 자라난 환경과 자신의 삶의 중요성을 깨닫고 명운(命運)을 개척해 나가려는 의지와 자신감이다. 

체질궁합 또한 반드시 어떤 체질과 어떤 체질이 만나야 잘 사느니, 못 사느니, 얼마나 좋으니, 얼마나 나쁘니 정해져 있지 않다. 각 체질에서의 타고난 성정(性情-성품과 감정)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마음의 수양(修養)과 타고난 장부의 강약(强弱)을 조절하는 식이요법과 섭생을 통하여 많은 사람이 본받을 만한 멋진 성품과 건강한 몸을 유지한다면 누구하고나 멋진 궁합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상대방과 완벽한 궁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이 나와는 체질적으로 다르다 생각하여 그 만의 고유함을 인정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와, 상대방의 단점을 보고 나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며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거나, 상대방의 장점을 내가 본받아야 할 귀감(龜鑑)으로 삼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나와 다른 어떠한 사람과도 궁합은 맞추어질 수 있다. 내가 속한 모든 곳에서 나와 관련한 모든 사람들과의 궁합을 맞추어 나간다면 세상은 조화와 균형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넘쳐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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