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소통(疏通)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9.3.2)

 

불교에서 말하는 이심전심(以心傳心)은 말이나 글이 아닌 마음과 마음으로 진리를 전하는 것을 말한다. 새 정부 들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소통위원회까지 만들어진 것을 보면 참으로 씁쓸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최고의 통수권자와 국민과는 바로 소통되지 못하는 것일까? 민의(民意)를 받들어 정책을 집행하면 인위적인 소통은 하지 않아도 될텐데 말이다.

한의학에서도 치료의 목표는 조화와 균형과 소통이다. 기혈음양(氣血陰陽)이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지 않고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정체되지 않고 잘 흘러야 한다. 대개 소통이 문제가 되었을 때는 다음과 같은 경우를 말한다. 첫째, 우리 몸에 생리적으로 존재하는 물질인 진액(津液)이 병적인 변화를 얻어 담음(痰飮)의 형태로 정체되어 있거나, “흔히 담(痰)이 결린다”고 표현되는 상황으로 혈액순환의 장애에 의하여 근육이 뭉치는 것으로 대부분 갑작스런 움직임이나 과도한 힘을 주었을 때 발생한다. 둘째, 타박이나 손상에 의한 출혈과 경락을 벗어난 혈인 어혈(瘀血)이 신체의 특정한 부위에 머물러서 통증을 나타내는 것을 들 수 있다. 위의 두 경우에는 모두 통증이 수반된다. 한의학의 기본개념 중 불통즉통(不通則痛), 통즉불통(痛則不通)은 만고의 진리이다. 통하지 못하면 아프고, 아프다면 통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국소부위에서 사혈(瀉血)을 통하여 소통을 돕거나 증상을 판별하여 해당경락의 혈(穴)을 선택하여 치료하게 된다. 셋째, 음식물을 잘 못 먹고 나서 생기는 식체(食滯)를 들 수 있다. 기분이 언챦거나, 위장에서 감당하기 힘든 정도의 과량의 음식이나 소화하기 어려운 음식을 먹었거나, 추운데서 급하게 먹었을 때 발생하기 마련이다. 식체는 음식물이 위장관의 특정부분을 물리적으로 막은 것이 아니고 위장의 기능이 멈춰버린 것이다. 체기(滯氣)라고 하듯이 기혈의 순환이 정체되어 있는 것이므로 심장에서 가장 먼 쪽인 손발이 싸늘하게 식는다. 이러한 경우는 서둘러서 토하는 방법과 설사를 시키는 것이 좋다. 음식물이 아직 위(胃)에 있을 때에는 더운 소금물이나 손가락을 집어 넣어서 토하고, 위를 이미 통과한 경우에는 설사를 시켜서 소통을 목표로 치료한다. 토법과 하법이 하수(下手)의 방법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치료법으로 반드시 필요할 때가 있다. 예전 서양에서도 의사의 왕진가방에서 식도부위를 자극하여 토하게 하기 위한 거위털을 필수로 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또한 해당하는 비위(脾胃)경락의 소통을 위하여 사지말단에서 해당하는 경락의 혈(穴)이나 손발가락의 끝단에서 피를 뽑거나 침을 통하여 인위적인 순환을 유도한다. 

구르는 돌에는 이끼가 낄 수 없듯이 소통이 잘 되면 병이 생길리 만무하다. 모든 병은 체(滯)해서 온다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다. 기혈의 올바른 소통으로 우리 모두 병의 고통없이 건강할 수 있는 날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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