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9.2.9)

 

밤새 안녕하셨습니까? 아침에 만나면 흔히 주고받는 인사지만 그 안에 담겨있는 이치는 참으로 오묘하다. 물론 폭정과 압제에 짓눌린 암울한 시절에 정권에 항거하는 세력은 밤사이에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진 경우도 있었고, 권력투쟁의 와중에서 반대파의 암살 또한 주로 밤에 이루어졌으니 아침에 서로의 생존을 확인하며 안도하는 것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과의 시작이었을 것이다. 생뚱맞지만 역사(歷史)는 밤에 이루어진다 하지 않았는가? 

병(病)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나가 경험하듯이 거의 모든 병은 아침이나 낮보다 저녁이나 밤에 더 심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중(重)한 병은 항상 밤이 고비이고, 사람이 운명(殞命)하는 시각도 대다수가 야반(夜半)에 편중되어 있다. 한의학의 최고(最古) 고전인 황제내경 영추에는 그 이유가 구체적으로 상술되어 있다. “무릇 온갖 병은 아침에는 병세가 나은 듯이 상쾌하고(但慧), 낮에는 편안하다가(晝安), 저녁에 더하고(夕加), 밤에는 심해지는(夜深) 경우가 많은데 사계절의 기가 그렇게 한 것이다. 사계절의 기(氣)는 봄에는 탄생하고(生), 여름에는 펼치고 자라나며(長), 가을에는 거두어들이고(收), 겨울에는 갈무리하여 감춘다(藏). 하루를 사계절로 나누어 보면 아침은 봄에 속하고, 한낮은 여름에 속하며, 저녁은 가을에 속하고, 한밤중은 겨울에 속한다. 사람도 사시자연(四時自然)의 기운에 응하여 아침에는 기(氣)가 활동하기 시작하여 병의 나쁜 기운이 쇠퇴하므로 상쾌하고, 한낮에는 인체의 기가 장성하여 사기(邪氣;한의학에서 병의 원인으로 보는 일체의 나쁜 기운)를 이겨내므로 편안하며, 저녁에는 곧 인체의 기가 쇠퇴하기 시작하여 사기 또한 활동을 시작하므로 병세가 더해지고, 한밤에는 인체의 기가 모두 오장(五臟)으로 들어가니 사기만 홀로 몸에 머물러 득세하여 병이 가장 심해지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동의보감에서는 병에 따라서 낮과 밤에 각자 심해지거나 나아지는 것에 대하여도 세분화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밤에 심해지는 병은 혈액과 진액에 관련된 것으로서 어혈(瘀血)과 담음(痰飮)을 들 수 있다. 어혈은 넘어지거나, 부딪히거나, 맞거나, 출산으로 인하여 생긴 내부의 출혈이 외부로 배출되지 못한 것이나 혈액순환장애로 인하여 순환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울체되어 있는 병적인 혈액으로서 요통과 산후풍을 유발한다. 담음(痰飮)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생리적 수분에 해당하는 진액이 여러 가지 병적인 상황에 의하여 변형되어 병을 매개하거나 병의 결과물로서 외부로 배출되지 못하고 몸에 머무르는 것을 말한다. 또한 풍한습(風寒濕-바람, 추위, 습기)에 의하여 유발되어 온몸의 관절 마디마디에 호랑이에 물린 것처럼 통증이 생긴다는 류마티스 관절염증상에 가까운 백호역절풍(白虎歷節風) 또한 양기(陽氣)의 순환이 떨어지는 밤에 더욱 심해진다. 우리 모두 혈액의 원활한 소통을 유지하여 사악하고 음습(陰濕)한 밤의 기운에 잡혀 욕(辱)보지 않도록 평소의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자.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