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동파(冬破)가 준 교훈(강서양천신문 기고 2009.1.19)

 

요사이 며칠 매서운 겨울한파가 전국을 강타했다. 겨울은 본성이 춥고 또 추워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여기저기서 춥다고 난리이다. 겨울이 따뜻하면 식물에 해를 끼칠 벌레의 알이나  애벌레들이 얼어 죽지 않고 쉽게 겨울을 나며, 또 여기저기서 “지구온난화다”, “기상이변이다”라고 호사가들이 떠들 것임이 분명하다. 하여간 한강이 얼 정도였으니 이번 추위가 꽤 매서웠던 것이 사실이다. 이 한파에 수도계량기나 수도관이 얼어 터지는 바람에 일용할 물이 없어 때 아닌 난리를 겪은 사람들이 꽤있었다. 주역(周易)에도 리상견빙(履霜堅氷)이라 하여 가을에 서리가 내리기 무섭게 곧 두꺼운 얼음이 어니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나와 있는데 겨울나기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여 발생한 불편이니 당사자인 사람들이 감내해야 할 듯하다. 그리고 이번 동파(凍破)가 준 깨달음 또한 있으니 함께 나누고자 한다.

첫째, 흐르는 물은 잘 얼거나 썩지 않는다. 만고의 진리이다. 겨울철 수도계량기의 동파를 막기 위해서는 수돗물을 아주 소량 흐르도록 틀어 놓으라고 권고한다. 우리 인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주로 가을이나 겨울에 발병하는 구안와사는 입이 한쪽으로 돌아가고, 눈꺼풀이 내려앉고, 이마에 주름을 지을 수 없으며, 눈물이 계속 나온다. 양의학에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안면신경마비라고 진단하지만, 한의학에서는 바람과 추위에 혈관이 얼어서 해당 근육이 긴장도를 잃고 늘어져서 반대쪽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본다. 얼굴은 중력을 거슬러서 심장이 혈액을 펌핑(pumping)해야 하므로 그만큼 혈액량이 적은 사람들은 순환에 부담과 장애가 올수 밖에 없다. 또한 심장에서 가장 먼 손발 끝까지 못가면 저리고, 시리고, 쥐가 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면 코피가 터지거나, 눈의 핏줄이 터지거나, 뇌혈관이 터져서 중풍이 오는 것이다. 따라서 평소에 혈액의 양을 늘리고 점도를 묽게 하여 좋은 순환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둘째, 물이 없으니 보일러를 돌릴 수 없다. 아무리 도시가스가 펑펑 들어와도 끓일 물이 없으니 보일러가 무용지물이었다. 이렇듯 음양(陰陽)은 상호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동의보감에도 홀로 사는 여인이나 비구니의 병은 결혼생활을 하는 사람의 것과 다르다고 나와 있다. 또한 손발이 차다고 해서 누구나 불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지나친 양기에 의하여 수분과 진액이 모두 말라버려 보온이 안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이런 사람은 오히려 지나친 불을 끌고 수분을 넣어주는 치료를 해줘야한다. 따라서 밖으로 나타나는 증상만을 가지고 섣불리 자가진단하지 말고 반드시 경험 많은 한의사의 조언을 들어야 한다.

셋째, 너무 지나치면 탈이 난다. 아무리 방비해도 큰 추위에는 모든 것이 얼어터질 수밖에 없다. 음양이 항상 적당한 상호견제를 통하여 평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어느 한쪽을 극(克)하는 기운이 너무 지나치면 정상적인 제약의 정도를 넘어서는 승(乘)의 상태가 되어 사단이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사람에 있어서는 병으로 나타난다. 새해에는 누구나 체질에 맞는 섭생으로 음양의 균형을 잘 맞춰 화평(和平)한 건강의 상태를 유지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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