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감기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9.1.5)

 

감기(感氣)는 말 그대로 외부의 기(氣)에 감수(感受)된 상태로서 그러한 기운을 뒤집어 썼다하여 감모(感冒)라고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여섯 가지 기운인 풍한서습조화(風寒暑濕燥火 - 바람, 추위, 무더위, 습기, 건조함, 화기)의 육기(六氣)가 사람이 견뎌낼 수 있는 정상 범위를 벗어났을 때를 나쁜 기운으로 육음(六淫)이라 칭하고 병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본다. 물론 외부의 기운은 정상인데 각자의 몸 상태가 기운의 변화를 감당하지 못해도 감기에 걸린다.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면역과 저항력의 측면을 중시하고 있다. “인체에 외부의 나쁜 기운에 대항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에너지인 정기(正氣)가 굳건하다면 나쁜 기운인 사기(邪氣)가 들어올 수 없고, 사기(邪氣)가 이미 들어 온 것은 그 정기(正氣)가 반드시 허한 때문이다”라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서양의학에서는 감기를 바이러스에 의한 상기도 점막의 감염으로 보고 이환되는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발병부위와 증상이 정해져 있는 것으로 인식한다. 치료에 있어서도 발열, 근육통, 인후통에 해열진통소염제와 코막힘에 비충혈 완화제, 콧물에 항히스타민제, 합병증상으로 발생하는 부비동염과 중이염에는 항생제를 쓰는 것이 일반적으로 한의학에서의 감기 치료와 다르다. 감기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인으로는 풍한(風寒-바람과 추위)을 들 수 있다. 영어에서 감기에 걸렸다는 표현인 “추위에 감수되었다”인 "catch a cold"와 맥을 같이 한다. 따라서 초기에는 몸을 덥혀서 피부의 땀구멍을 열어 찬 기운을 몰아낸다. 감기에 걸려서 열이 나는 것도 우리 몸의 좋은 기운인 정기(正氣)가 몰아내야할 찬 기운(寒邪)과 싸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본다. 따라서 과도한 열이 아니면 생리적으로 보아 굳이 열을 내리려 애쓰지 않고, 열을 내릴 때도 오히려 몸을 덥혀 땀을 내면 열이 내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감기의 주증상인 기침, 가래, 콧물, 숨 가쁨도 개개인의 한열허실(寒熱虛實)을 가리고, 그에 따라 맞는 처방을 구성하여 치료한다. 더 나아가 체질한의학에서는 사람에 따라 선천적인 장부(臟腑)기능의 차이로 인하여 주로 발생하는 감기의 유형이 있다고 보아 평소의 예방이나 치료에 있어서도 그 점을 고려하여 체질적인 약점을 보강한다.

흔히 감기는 의사를 찾으면 일주일, 그렇지 않으면 7일이면 낫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물론 증상이 심하거나 합병증이 우려될 때는 그에 대한 처치가 필요하겠지만 그렇지 않은데도 너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서는 오히려 면역력이 떨어지고 약의 남용에 의한 심각한 내성(耐性)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자칫하면 앞으로는 감기에만 걸려도 죽을 수 있다는 경각심을 반드시 가져야한다. 시쳇말로 “싸워본 녀석이 싸움을 잘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스로 이겨내어야 면역력과 저항력이 강화될 것임은 자명한 이치이다. 또한 감기에 자주 걸리고, 한번 걸리면 열흘 이상씩 가는 사람은 반드시 몸의 정기(正氣)를 북돋아 주어 예방에 치중해야 한다.

글) "환한 웃음, 밝은 세상" 서울경희한의원장 이병삼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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