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음식과 약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8.12.1)

 

“식의(食醫)란 행여 임금님께서 드셔서는 안 될 음식이 무엇인지 또 어떤 음식을 드셔야 옥체에 이로운지 밤낮으로 전하의 음식과 건강을 생각하는 자리이옵니다.” 한때 온 국민의 시선을 붙잡은 드라마 대장금(大長今)에 나온 대사이다. 식의란 먹는 음식을 통해 병을 사전에 막아 약을 쓰지 않고도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는 의원을 말한다. 고려와 조선 초기에는 궁중음식의 조리를 맡아 본 사선서(司膳署)에 왕실에서 사용할 음식물의 검수 및 위생에 관한 일을 맡은 식의(食醫)가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신이 숱한 질병을 앓으면서 의학에도 조예가 깊었던 세조(世祖)의 의약론(醫藥論)이 나오는데 의사를 심의(心醫), 식의(食醫), 약의(藥醫), 혼의(昏醫), 광의(狂醫), 망의(妄醫), 사의(詐醫), 살의(殺醫)의 8종류로 나누었는데 마음을 편히 해주는 심의와 음식으로 병을 다스리는 식의만을 좋은 의사로 분류했다. 음식에도 차고 더운 것이 있어서 약과 같이 맞추어서 치료할 수가 있다고 한 것이다. 동의보감에도 의사는 먼저 병의 근원을 밝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고 나서 음식으로 치료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또한 고대 중국의 명의로 소문난 편작도 왕비의 병을 치료한 후 왕에게 자신보다 으뜸가는 의사로 자신의 형 둘을 심의(心醫)와 식의(食醫)로 고하고 있다. “저희 큰 형님은 비록 의생으로서 돈은 못 벌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 사람들의 근심 걱정을 풀어 주고 재앙이 나지 않도록 잘 돌보아 마음의 병을 고치시는 의사 중 최고의 의사라고 할 수 있는 심의(心醫)이옵니다.", "또한 저의 둘째 형님은 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조심하게 하고, 음식을 잘 가려 먹도록 하여 병이 나지 않도록 하는 식의(食醫)이십니다".   

현대에 있어서도 식약동원(食藥同源)이라 하여 음식과 약은 근원이 같다는 말을 많이 하지만 정작 음식을 선택할 때는 그리 큰 고민을 하지 않는다. 단지 영양이 풍부한 음식은 무조건 누구에게나 약처럼 좋을 것이라는 착각을 하거나, 무엇은 어디에 좋은 음식이라며 마치 최면이나 걸린 것처럼 맹목적으로 섭취하거나, 음식이 함유한 특정 성분의 효능에만 너무 매몰되는 경향도 많아 보인다. 하지만 약도 병의 증상이나 상태에 맞게 쓰지 못하면 오히려 화(禍)를 입히듯 음식도 오랜 세월 자신의 체질이나 몸 상태에 맞지 않게 먹게 되면 반드시 이로움보다는 해(害)와 독(毒)이 심하게 됨을 명심해야 한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서 성분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좋지 않은 음식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음식을 먹고 방귀, 구토, 설사, 변비, 체기(滯氣), 트림, 신물, 속쓰림,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은 모두 음식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아서 생기는 반응들이다. 여러 가지 음식이 섞이면 그나마 서로의 기운이 상쇄(相殺)되므로 별 큰 탈이 없지만 자신의 체질과 상반된 음식을 주로 섭취하게 되면 반드시 병이 발생한다. 누구나 식의(食醫)가 되어 건강을 위해 먹는 음식이나 차(茶), 건강기능 식품 등에 의하여 오히려 병이 드는 오류는 범하지 말도록 하자.

글) "환한 웃음, 밝은 세상" 서울경희한의원장 이병삼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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