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내가 먹어야할 음식은 따로있다! (한국감정원 기고 2008.11)

 

예로부터 우리는 음식을 골고루 먹는 것이 영양이나 건강적인 측면 모두에서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필자는 각자의 체질에 맞는 알고하는 편식을 권한다.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에서 성분이나 영양학적 측면에서 좋지 않은 음식은 단 하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고 나타나는 반응은 사람마다 각양각색이다. 방귀, 구토, 설사, 변비, 체기(滯氣), 트림, 신물, 속쓰림, 알레르기, 두드러기 등은 모두 음식이 자신의 몸에 맞지 않아서 생기는 반응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전혀 반응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나 빈도가 반응을 나타내게 하는 역치 이하여서 그렇다. 하지만 나에게 맞지 않는 음식이 점차 많아지게 되면 한쪽으로의 극성(極性)을 띄게 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점차 병의 상태로 이동하게 된다. 여러 가지 음식이 섞이면 그나마 서로의 기운이 상쇄(相殺)되므로 별 큰 탈이 없지만 자신의 체질과 상반된 음식을 주로 섭취하게 되면 반드시 병이 발생한다. 우리가 평소에 음식이나 차(茶), 건강기능 식품 등을 선택하면서 쉽게 빠질 수 있는 오류는 다음과 같다. 

1. 단순한 기호(嗜好)에 따른 선택의 오류

요즘 어디를 가든 차(茶)를 권유 받을 때 주로 coffee or tea? 라는 말이 쓰일 정도로 커피와 녹차 두 가지가 대세라 할 수 있다. 대개 자신의 체질에 대한 고려없이 그냥 기호로서 차를 즐긴다. 하지만 커피 녹차 코코아 초콜릿에는 모두 산틴(xanthine)유도체인 카페인, 테오필린, 테오브로민이 함유되어 있어 중추신경을 흥분시키고 이뇨작용을 촉진시킨다. 평소에 손발이 차고, 추위를 많이 타며, 두통, 현기증, 어지러움, 생리통, 생리량의 과소, 검은 생리혈,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거나 갈라지고 부서지며, 피부가 가렵거나, 손발이 붓거나 쥐가 나거나 저리거나,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불면 불안 증상이 있는 사람은 전체 순환혈액량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다. 이러한 혈허(血虛) 증상이 있는 사람이 커피나 녹차를 마시게 되면 혈액의 점도를 끈끈하게 하여 더욱 증상의 악화를 가져오고 혈압 당뇨 중풍 등의 순환기계 질환이 속발하게 되며, 여성의 경우에는 자궁 난소로의 순환도 저해되어 극심한 생리통이나 자궁근종 난소낭종 자궁내막증 불임 등 셀 수 없이 많은 병들이 오게 된다. 커피와 녹차는 모두 체질적으로 몸에 열이 많고 기운이 상체로 편중되어 있는 양인(陽人-태양인, 소양인)의 불면, 비만, 고혈압, 천식의 치료에 좋지만 음인(陰人-소음인, 태음인)은 반드시 금해야 한다.

2. 반식자우환(半識字憂患)의 오류

차라리 모르는 게 약이고, 아는 게 병일 때가 있다. 알려면 똑바로 알아야지 어렴풋이 알거나 잘못 알고 있으면 도움이 안 되거나 아예 일을 그르칠 때도 많다. 흔히 인삼은 성질이 더워서 열이 있는 사람에게는 적당하지 않고 홍삼은 열의 유무와 상관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다고 하는데 홍삼 또한 인삼의 열(熱)한 성질이 누그러져 온화(溫化)하게 변한 것에 불과하므로 몸에 열이 있는 체질에 있어서 당장에 부작용이 밖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오랜 기간 장복을 하게 되면 열이 쌓여 해가 된다. 홍차(紅茶), 보이차(普洱茶), 우롱차(烏龍茶)도 녹차를 발효한 것으로서 녹차의 찬(寒) 성질이 어느 정도 완화되었지만 서늘한 정도이고, 지속적으로 먹게 되면 몸이 찬 체질에 있어서는 위장을 더욱 차게 하고, 떫은 맛에 의한 이뇨작용의 촉진으로 혈액량을 적게 하여 순환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또한 “몸이 차다, 덥다”, “열이 많다, 적다”는 판정도 전문가에 자문하지 않고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오류를 범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밖으로 나타나는 증상뿐만 아니라 내적인 요인에 의한 선후관계를 명확히 따져봐야 한다. 여름이면 선풍기를 끌어안고 살고, 찬 음식을 좋아하고, 땀을 많이 흘려도 배가 차거나, 변이 잦거나 무르거나 설사를 한다면 허열(虛熱)로서 속은 냉한 것이다. 반면에 평소에 손발이 차고, 추위를 타며, 이불을 잘 덮고 자는 사람도 어지간해서 설사를 않고 오히려 변비성향이며 음식으로 탈이 없으면 속에 열이 있는 것으로 본다. 열에 의하여 수분과 진액이 모두 말라버린 것으로서 마치 도시가스가 잘 들어와도 끓여줄 물이 없어 보일러를 덥혀주지 못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본인의 체질과 음식의 성질에 대한 올바른 지식이 모두 필요하다.

3. 특정 성분이나 영양학적인 관점에만 매몰되어 생기는 오류

이러한 경우는 흔히 무슨 음식에는 어떤 성분이 들어있어 어디에 좋다는 식이다. 예컨대 포도는 색깔이 붉고 성분적으로도 철(Fe)이 있어 적혈구 생성을 도와주고, 20여종의 지방산이 있어서 종양을 녹이고 혈관의 순환조절, 자율신경 조절, DNA 합성에 기여한다고 한다. 또한 이뇨작용이 있어 고혈압을 조절하고 부종을 없애는 데도 좋다. 하지만 체질적인 개체 차이를 무시하고 음인(陰人-소음인, 태음인)이 고농도로 포도즙을 내어 먹고 지나친 이뇨의 촉진으로 전체 순환혈액량이 줄어 뇌혈류가 적어지면서 기립성 저혈압이 오고, 보상성으로 심계 항진도 오며, 누워만 있어도 천정이 잡아 돌 정도의 어지러움을 느끼는 경우가 있다. 병원에 가서 CT나 MRI, 혈액검사를 해도 이상이 없어 단지 신경성으로 진단을 받고 한의원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성분적으로만 접근해서 포도가 모든 사람에게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포도는 몸에 열이 많고 상체로 기운이 편중되어 있는 양인(陽人-태양인, 소양인)의 기를 끌어내려 평형을 맞추고 열에 의한 번갈(煩渴)을 풀어주는 데 좋은 과일인 것이다.

사상의학(四象醫學)이란?

사상의학이란 사람의 체질을 네 가지의 유형(type)으로 나누어 체질에 맞는 병증의 치료와 심신의 수양을 제시한 것으로서 동무 이제마선생께서 1894년 동의수세보원(東醫壽世保元)을 통하여 주창하신 이론이다. 개인의 장부(臟腑)와 성정(性情)의 차이를 기준으로 태양인, 소양인, 태음인, 소음인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여 체질과 병증에 맞는 치법과 수양을 제시한 것이다. 사람마다 타고난 체질적 장단(長短)과 장부(臟腑)의 성리(性理)는 변경될 수 없고, 그에 따른 희노애락의 성정이 다르기 때문에 각자가 음식, 약물, 수양(修養)을 통하여 음양화평(陰陽和平)의 중용(中庸)의 상태에 도달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있어야 무병장수(無病長壽)를 이룰 수 있다. 사상체질은 골격(체형), 심성(성정), 평소에 나타나는 병의 양상, 음식에 대한 반응, 약복용후의 반응 등을 종합하여 판정한다. 

음식과 약은 나에게 맞는 것을 선택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독(毒)으로서 작용할 수도 있다. 내 몸에서 나타나는 반응에 예의주시하여 자신의 체질과 몸의 상태에 맞는 것을 섭취하고 복용할 때 비로소 우리의 건강과 행복을 지킬 수 있다.

글) "환한 웃음, 밝은 세상" 서울경희한의원장 이병삼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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