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화(火)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8.11.17)

 

굳이 특정 종교의 주장을 따르지 않더라도 현세는 분명 불로서 망할 확률이 높은 것 같다. 거창하게 인류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지금은 개개인에 있어서 화(火)가 창궐(猖獗)하는 세상임이 분명하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병의 원인 중에도 화가 있다. 여섯 가지의 음침하고 사악한 기운(육음六淫-바람風 추위寒 더위暑 습기濕 건조燥 화기火)중 하나로서 화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발 금융위기로부터 시작하여 고환율, 주식이나 펀드의 투자에 대한 손실, 하락한 부동산 가격 등으로 누구나 소비를 줄이는 바람에 IMF 시절보다 더 꽁꽁 얼어붙은 경기 탓에 국민 모두가 미래를 준비하기는커녕 하루하루를 버티기가 버거운 고통스러운 날들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와중에는 누구나 속을 끓이며 스트레스를 받기 마련이다. “속이 썩는다”는 표현의 부심(腐心)이나 창자 쓸개 간 등을 나타내는 “애”로써 초조한 마음속을 표현한 “애가 탄다”, “애간장이 녹는다”와 “피가 마른다”, 노심초사(勞心焦思) 등은 모두 간화(肝火)나 심화(心火)의 상태로 몸 안의 화가 치성한 것을 말한다. 이러한 화가 잘 조절되지 못하면 몸에서 병을 일으킬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동의보감에도 화에 대한 병의 성격이 잘 묘사되어 있다. 화가 병이 되면 그 해가 심히 크고, 변화도 빠르며, 형세가 겉으로 잘 드러나고,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화가 제멋대로 날뛰면 변화를 예측하기 힘들고, 몸의 가장 근본적인 바탕물질인 진음(眞陰)을 졸이게 됨으로 음이 허하게 되고 더 나아가 완전히 사라지게 되면 죽음에 이를 수 있다. 병적인 화는 우리 몸의 원기(元氣)와 진기(眞氣)를 손상시키는 도적에 해당하고, 섭취한 곡식의 기운도 제대로 영양으로 분해 흡수되는 것을 막는다. 또한 각 장부에서 극(極)에 치달은 화는 육욕(六慾)과 칠정(七情)으로 표현되는 심리상태에 따라 변하는데 크게 성내면 간(肝)에서, 과하게 취하거나 배부르면 위(胃)에서, 과도한 성생활에 의해서는 생식기 계통에서, 슬퍼하고 애절하면 폐(肺)에서 화가 일어나고, 심(心)은 우리 몸의 군주에 해당하므로 스스로를 불사르게 되면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어려울 때일수록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각자가 추구하는 것들은 술, 음식, 이성(異性), 재물, 권세 등 모두 다를지 모른다. 하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그것들로 인해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닐까? 결코 수단과 목적이 뒤바뀌어서는 안된다. 요즘 힘들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드물 것이다. 그리고 인생은 길다. 화를 다스리는 기술에 의하여 그 사람의 내일은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You can do!

글) "환한 웃음, 밝은 세상" 서울경희한의원장 이병삼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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