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적음의 미학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8.11.3)

 

미국 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그 영향권 아래에서 허덕이고 있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과 바닥을 모를 정도로의 주가 하락과 이어진 실물경제의 침체로 전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 요즘이다. 물론 이러한 위기의 저변에는 누구나가 더 많은 물질적 풍요를 쫓는 현 세태의 욕심이 내재되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재테크 광풍(狂風)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국민의 상당수가 주식, 펀드, 부동산에 빚을 내어서까지 무리한 투자를 감행하였고 그 거품이 꺼지면서 여기저기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집값이나 주가에 대하여 누구나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심리만 증폭하였지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애써 외면한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易)에서 말하는 승강부침(昇降浮沈)과 소장진퇴(消長進退)는 인간사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자연의 순리(順理)인 것이다. 올라가다 보면 내리막이 있고, 뜸이 있으면 가라앉음이 있고, 없어지면 다시 자라나고, 나아가면 언젠간 물러남이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역(逆)도 성립된다. 따라서 항상 양쪽 극단(極端)을 모두 고려의 대상으로 삼을 때만이 가장 현명한 결단과 처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라 하여 모든 것이 많을수록 미덕으로 생각되는 세상이지만 건강에 있어서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아니 오히려 적을수록 건강과 장수를 얻을 수 있다고 제시된 경우도 있는데 풍요속의 빈곤을 느끼는 요즘 시대에 더욱 곱씹어 볼 일이다. 동의보감 내경편 양성금기(養性禁忌 ; 품성을 기르는데 피해야 할 것)에는 중국 동진(東晉)시대의 갈홍(葛洪:283∼343)의 저서인 포박자(抱朴子)를 인용하여 양생과 불로장수를 위한 12少를 제시하고 있다. 생각, 염려, 욕심, 일, 말, 웃음, 근심, 즐거움, 기쁨, 성냄, 좋아함, 싫어함을 줄이는 것이 품성을 기르는 요령이다(常少思 少念 少慾 少事 少語 少笑 少愁 少樂 少喜 少怒 少好 少惡 行此十二少者 養性之都契也)고 한다. 생각이 많으면 정신이 위태롭고, 염려가 많으면 뜻이 흩어지고, 욕심이 많으면 품은 뜻이 어두워지고, 일이 많으면 몸이 피로해지고, 말을 많이 하면 기가 궁핍해지고, 많이 웃으면 오장(五臟)이 상하고, 근심이 많으면 마음이 불안해지고, 즐거움이 지나치면 생각이 넘치게 되고, 기쁨이 지나치면 착란에 빠지게 되고, 잦은 성냄은 인체의 경맥을 안정되지 못하게 하고, 좋아하는 것이 지나치면 미혹에 빠져서 이치에서 벗어나게 되고, 미워하는 것이 많아지면 초췌하고 즐거움이 없게 된다. 이상의 12가지가 많아지기만 하여 덜어내지 못하면 기혈이 제멋대로 흐르게 되어 몸을 망치는 기본이 된다. 여기서 우리가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평소에 많을수록 좋다고만 여기는 웃음, 즐거움, 기쁨, 좋아함마저도 지나치면 병이 된다는 점이다. 무소유(無所有)가 우리를 자유(自由)케 한다는 진리를 깨우치며 우리의 몸과 마음의 짐들을 조금씩 버려서 누구나 건강한 장수를 누리도록 하자.
글) "환한 웃음, 밝은 세상" 서울경희한의원장 이병삼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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