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히스테리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8.10.20)

 

주위에서 평소와 같으면 대수롭지 않게 넘어갈 일들에 대하여 짜증을 내거나 신경질적이고 예민하며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있을 때 흔히 반농(半弄)삼아 “너 혹시 그 날이냐?”라고 묻는 것을 볼 수 있다. 여기서의 “그 날”은 여성의 생리를 지칭한다. 병적이든 단지 심적 반응의 한 형태를 지칭하든 이러한 히스테리는 상대적으로 여성에게 많은 것으로 인식되었고 자궁과 관련이 있다하여 그 어원도 자궁이란 뜻인 그리스어의 히스테라(hystera)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물론 히스테리는 여성에게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고, 체형으로 성격의 유형을 나눈 독일의 심리학자 Kretchmer도 “모든 사람은 많든 적든 히스테리적이다”라고 하였는데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인 것 같다.

내 몸이 피곤하고 지치면 만사가 귀찮아지는 법이다. 산소와 결합한 헤모글로빈을 품은 신선한 적혈구가 전신의 조직에 잘 전달되어야 생명활동의 기본에너지가 만들어지는데 그렇지 못하면 젖산이 축적되어 피로를 느끼기 마련이다. 또한 마른 사람들이 살이 찐 사람보다 더 신경질적인 경향이 많다. 마른 사람들은 위장이 차서 소화흡수가 잘 안되거나, 오히려 몸이 너무 열화(熱化)하여 체내의 수분과 진액을 소모하여 혈액의 양이 줄어들게 된다. 여성들의 경우에도 생리 때에 즈음하여 유방이 팽창하면서 누르면 아픈 증상들과 함께 예민해지게 되는 “월경전증후군”을 경험하게 된다. 생리 때가 되면 자궁내막이 최대로 증식되어 자궁으로 혈액이 몰리고 상대적으로 뇌로의 혈액순환이 적어지면서 우울감이나 의욕상실, 불안감, 예민함 등이 올 수 있고, 유방에서도 혈액을 받기 위하여 보상성으로 혈관을 팽창시키면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렇듯 순환혈액의 양이 적으면 뇌, 간, 자궁을 포함한 모든 장기로의 혈액공급이 적어지고 그로 인하여 호르몬의 분비 또한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그릇이 너무 얇거나 담긴 물의 양이 적다면 약한 불로도 금방 끓어 넘치며, 조금만 추워도 금방 얼어버린다. 마치 겨울에 좁은 개울물이 강물보다 먼저 어는 이치와 같다. 강물은 그만큼 유량이 많고 유속이 빠르므로 어지간한 추위에도 쉽게 얼지 않는다. 인체에서도 전체 순환혈액량이 줄어들면 자극에 대한 반응을 나타내는 역치(閾値)도 그만큼 낮아지게 되어 주위의 조그만 일에도 쉽게 반응을 나타내게 되는 것이다. 또한 평소에 사소한 일에 지나친 관심을 갖거나 너무 쉽게 흥분을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적절한 수양(修養)과 노력을 통하여 심폭(心幅)을 넓히고 인내심을 길러서 그릇을 두텁게 만들 필요가 있다. 누구든 자신의 타고난 단점을 극복하고 순환혈액량이 충분한 상태를 유지한다면 히스테리없이 누구에게나 언제라도 환영받기에 무난(無難)한 사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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