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비만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8.9.16)

요즘이야 가스나 기름으로 가동되는 보일러가 대세이지만 예전 시골에서는 주로 나무를 때서 구들장을 덥혔다. 큰 솥을 걸어 소에게 볏짚과 건초를 썰어서 쇠죽을 끓여 주고, 안방 부엌에서는 밥을 하면서 불을 땜과 동시에 부수적으로 난방을 해결했으니 굉장히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쓴 것이다. 하지만 초저녁에 덥혀진 온돌이 식지 않고 긴긴 겨울밤을 버텨낼 수는 없었다. 따라서 새벽에 누군가 일어나 빈 솥에 물을 채우고 군불을 지펴야만 했다. 여기서의 “군”은 군더더기, 군것질, 군살에서처럼 “쓸데없는”, “가외로 더한”, “덧붙은”이란 뜻으로 주로 쓰인다. 군불도 밥을 짓거나 더운 물을 쓰지도 못하면서 난방만을 위하여 불을 지펴야하니 에너지의 낭비를 애석해하여 붙인 이름인 것 같다.

한가위도 지나고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다. 가을에는 예나 지금이나 일 년 중 먹을 것이 가장 풍부하고 너무 춥거나 덥지도 않아 활동량이 많고 그에 비례하여 식욕도 높아지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다. 하지만 말만 살이 찐다면 좋겠지만 사람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이 절기가 오히려 힘이 드는 사람들도 많다. 바로 쓸데없는 군살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비만한 사람들이다. 특히나 연휴기간에 음식을 절제하지 못하였다면 또다시 군살과의 힘든 전쟁을 치러야 한다. 군살은 말 그대로 필요 없는 살, 나아가 있으면 큰 해가 되는 살이다. 대표적인 생활습관병으로 규정되는 비만은 반드시 고혈압, 당뇨, 중풍, 관절질환, 우울증 등의 이차적인 문제를 가져오므로 반드시 치료와 관리가 병행되어야 한다.

살을 빼려는 시도는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약물의 오남용으로 인한 심신의 파괴는 오히려 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또한 일시적으로 감량에 성공했다하더라도 다시 원래의 체중보다 더 심한상태로 돌아가는 요요현상에 시달리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비만 치료의 목표는 건강하게 적당한 체중을 평생 유지하는 것이다. 비만은 몸에서 필요로 하는 열량 이상으로 영양이 과잉해서 발생한다. 습관적으로 음식의 섭취가 많거나, 스트레스를 음식으로 해결하거나, 몸의 신진대사가 안 되어 효율적으로 음식물을 분해 흡수하여 에너지로 전환하지 못하거나, 정신이나 육체 어느 면에서도 활동량이 부족하다면 비만은 당연한 귀결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비만한 유형을 정확히 진단받아 그에 맞는 치료와 관리를 선택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또한 누구나가 각자의 체질에 맞는 음식을 필요한 만큼만 섭취해야 생체에서 효율적으로 완전 연소가 되며, 생체가 필요한 량 이상의 비축이 없어진다. 몸에서 남거나 처리하지 못하는 것은 배설되지 못하면 쓰레기로 쌓일 뿐이다. 사회의 각 부문에서 거품이 꺼지면서 slim화의 물결이 거세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각자의 심신도 군살을 빼어 재정비를 한다면 여러 사람에게 환영받음과 동시에 누구나가 소원하는 건강한 장수(長壽)에로의 목표에 한발 더 가까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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