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중독(中毒)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8.9.1)

 

온 국민의 눈과 귀를 TV로부터 잠시도 옴짝달싹 못하게 했던 올림픽이 끝나고 여기저기서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소리를 많이 듣게 된다. 특히나 개인이 경기에 가졌던 관심의 강도에 비례하여 그 정도는 더 심하다.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기간 중에 업무를 하면서도 수시로 인터넷 등을 통하여 경기를 시청하거나 문자중계를 보고, 아침에 출근하여 다시 또 관련뉴스를 검색하곤 하면서 올림픽이라는 블랙홀에 빠져든다. 하지만 올림픽이 끝난 지금에도 메달리스트의 신변이나 경기의 뒷이야기 등에 빠져 있거나, 더 이상 경기를 보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좀처럼 일상으로 돌아와 집중하지 못하는 후유증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로 크다. 

이는 올림픽, 월드컵 등 수년에 한 번씩 치러지는 큰 스포츠 축제 후에 많은 사람들이 흔히 겪는 일로서 마치 주말 연휴에 업무와 동떨어진 일을 하고 지내다 월요일을 보내면서 겪게 되는 소위 “월요병(月曜病)”이나, 휴가 후에 일상의 업무에 복귀하면서 새로이 적응하는데 애를 먹는 “휴가 후 증후군”과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만큼 어느 한쪽으로 쏠려있는 관심(關心)은 관성(慣性)을 만들고 그것을 돌이키는데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며, 돌이키지 못하면 자칫 중독(中毒)의 단계로 접어들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현대인이 빠질 수 있는 병적인 중독의 대상은 인터넷, 게임, 도박, 알코올, 흡연, 약물, 운동, 종교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바둑을 이르는 별칭으로 난가(爛柯)라는 말이 있다. 신선들의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던 나무꾼이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를 정도로 세월이 지나 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물론 논어(論語)에 공자께서 “바둑 두는 것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보다 어진 일이다”라고 하신 것처럼 무료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야 백번 낫겠지만 시간과 장소에 대한 절제없이 거의 매일 밤잠을 설쳐가며 대국(對局)을 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미 중독에 빠져 있는 것이다. 

중독의 대상은 우리 일상에서 너무나 친근한 것들로서 대개 처음에는 그 유익함이나 재미에 의하여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누구나에게 주어지는 하루 24시간을 채우는 관심의 가짓수가 다양하지 않거나, 확실한 목표가 없는 사람은 무언가에 중독될 확률이 높다. 또한 어느 한 가지에 대하여 맹신(盲信)에 가까운 편협하고 지나친 마음 씀도 중독에의 지름길이다. 따라서 중독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반드시 삶에의 중장기적인 목표를 가지고, 다양한 가치를 인정하며, 관심사를 몇 가지로 분산하여 시간을 계획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중독의 폐해에 대한 심각성과 누구나가 예외일 수는 없다는 속성을 이해하고 초기의 대처와 주위의 도움이 가장 중요하다. 수렁에 몸이 반 이상 빠지면 누군가 구해주지 않으면 절대로 빠져나올 수 없고, 혼자서 빠져나오려 발버둥칠수록 더 깊이 빠지게 된다. 중독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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