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이갈이 (강서양천 신문기고 2008.8.18)

 

중국에서 올림픽이 한창이다. 연신 날아드는 승전보는 경제난과 무더위에 지쳐있는 서민의 일상(日常)에 한줄기 소나기처럼 청량감과 상쾌함의 해방구로 역할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물론 메달수가 곧 국력을 나타내는 듯 여기는 착각과 지나치게 자국민의 승리에만 집착하여 최소한의 관중문화마저 못 지키는 옹졸한 국수주의와 결과만을 숭배하는 성과 지상주의는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비록 예선부터 탈락하여 시선을 못 끄는 선수들도 명멸(明滅)하는 스타들과 마찬가지로 엄연한 출전자격을 획득한 훌륭한 선수들이니 정정당당히 최선을 다하는 올림픽과 스포츠의 정신아래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요즘 올림픽 중계를 볼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한자성어가 “절치부심(切齒腐心)”과 “와신상담(臥薪嘗膽)”이 아닌가 한다. 몹시 분하여 이를 갈며 속을 썩힌다는 절치부심과 패배의 굴욕을 잊지 않으려고 가시 많은 장작개비 위에서 불편하게 잠을 자며, 쓴 쓸개 맛을 보며 복수를 다짐했다던 처절함을 표현한 말이다. 하지만 피눈물 나는 고통을 감수했다해도 누구나 항상 승리의 감격만을 맛 볼 수는 없는 것이 스포츠이며 인생이 아닐까?

여하튼 이를 가는 것은 굳은 결심과 다부진 의지를 표현하는 행동이지만 원하지 않을 때 불수의적(不隨意的)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자신뿐 아니라 남들에게도 피해를 주는 병적인 상황이므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옛 의서에 기록되어 있는 이갈이는 계치(齘齒), 알치(戞齒), 교치(咬齒)라 하여 추위에 상하거나 풍한(風寒) 등의 원인으로 몸이 강직되는 경치병(痙痓病)에서 밤과 낮을 불문하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이를 가는 증상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이갈이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함으로 피로회복에 장애가 되며 치아, 턱관절, 두부에 통증을 야기하고, 치아의 마모와 민감성을 가져오며 남의 수면 또한 방해한다. 

이갈이의 원인과 치료는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스트레스 불안 긴장 초조 등의 정서적인 문제로 지나친 경쟁상황이나 자신이 처한 여건에 비하여 과도한 목표에 도달하려는 시도에서 의욕만 너무 넘치고 그에 걸맞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때 생기는 스트레스는 본인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도 이미 몸에서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 아이들에게는 지나친 학습에 대한 부담과 체력적인 저하가 있을 때 특히 많이 발생한다. 둘째는 턱관절의 상하 부정교합 등의 구조적인 원인으로 치과적인 교정치료가 필요하다. 이의 마모을 막기 위하여 나이트 가드나 마우스 피스를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셋째는 기혈순환의 장애로 인한 근육의 긴장과 경결(硬結)로 발생하는 경우로서 침을 이용하여 턱 근육을 이완하고, 기혈을 보하고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한약을 통하여 순환을 돋아주면 쉽게 좋아진다. 결연한 의지를 표현한다며 일부러 이를 갈 필요도 없고, 나도 모르게 이를 간다면 반드시 원인에 맞는 치료를 통하여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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