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코골이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8.7.28)

 

시중에 직업을 소재로 통용되는 우스갯소리로 한의사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 “밥이 보약이다”, “잠이 보약이다”라고 한다. 실제로 밥 잘 먹고, 배설 잘 하고, 잠 잘 자고 여기에 더하여 마음까지 편하다면 불의의 사고를 제외하고는 하늘이 내린 명대로 누구나 살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사람들 입에서 회자되는 모 기업의 명 카피인 “침대는 과학입니다”도 수면의 중요성이 가장 부각된 것이다. 그만큼 수면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달콤하고 깊은 잠을 못 자는 사람들이 많다. 근심걱정, 노심초사(勞心焦思)로 인하여 아예 잠을 못 이루는 불면이나, 잡다한 꿈 또는 악몽에 밤새 시달려 깊은 잠을 못자는 천면(淺眠),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으로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잠까지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이중에서 코골이는 자칫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기 쉽지만 오래도록 방치하면 수면의 질 저하에 의한 만성피로와 주간에 집중도의 하락에 의한 업무능률 하락과 졸음으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을 높이므로 반드시 치료받아야 할 질병이다. 물론 일 년에 몇 차례 과로나 과도한 음주에 의하여 몸이 극도로 피곤할 때 일과성으로 오는 코골이야 정말로 애교로 봐줄 수 있는 정도이니 건강상에 별로 문제가 없다고 볼 수 있으나 거의 매일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경우는 반드시 그 원인을 찾아 치료해야 한다.

코골이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호흡시 공기가 흐르는 기도(氣道)가 좁아지고 이 공간을 공기가 빠른 속도로 통과하면서 주위 조직이 울리면서 발생한다. 대개 이렇게 코를 코는 사람들은 자면서 입을 벌리고 잔다. 코가 막혀있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수면 중 코를 통한 호흡만으로도 충분한데 여러 가지 이유로 코가 막혀있는 사람은 입을 통해서도 호흡을 해야 한다. 입을 벌리고 숨을 쉬어보면 누구나 쉽게 코골이를 흉내 낼 수 있다. 따라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코 막힘(鼻塞, 鼻窒)에 있다. 

코 막힘을 유발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로 나눈다. 첫째, 추위에 상(傷)하는 것이다. 풍한(風寒)이라 하여 추위가 바람과 동반될 때도 있다. 흔히 급성적인 감기에 해당하고, 만성적으로는 코를 포함한 호흡기의 혈액순환 장애를 말한다. 둘째, 화열(火熱)이다. 외부의 나쁜 기운인 건조함이나 화(火)의 기운에 상하거나, 타고난 소인에 의하여 몸의 상태가 화열에 편중되거나, 술이나 맵고 더운 음식을 자주 즐겨서 열이 더해져 폐를 상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코에서 폐에 이르는 길을 늘어지거나 붓게 하여 통로가 좁아진다. 셋째, 기(氣)가 약하여 중력을 거슬러 상승하는 힘이 없거나, 영양분의 소화흡수를 통하여 우리 몸의 모든 구멍(九竅)을 관장하며 실제로도 코 부위를 흐르는 경락인 위장의 기능이 약하여 발생한다. 이러한 원인을 잘 규명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코골이의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 

코골이는 비강이나 호흡기도에 구조적인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대부분 기능적 문제이니 맞춤치료를 통하여 건강한 수면의 회복은 물론 주위 사람의 편안한 잠자리도 확보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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