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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대박의 꿈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8.7.14)

물질이 중요시되는 현대사회에서 이른바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대박의 어원(語源)은 확실치 않다. 큰 배(大舶)로부터 큰 물건을 연상하는 경우도 있고, 도박판이나 내기에서 크게 걸어 따는 것(大博)을 말하거나, 흥부가 큰 박을 터뜨려서 횡재한 것에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하여간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대박이 덕담처럼 권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자칫 물질적인 결과물만을 중시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중요한 가치와 노력의 과정들이 간과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

전문직에 대한 동경은 여러 면에서의 메리트가 반영된 것이기는 하지만 안정적인 고소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면이 더 부각되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현실은 전문직도 양극화의 범주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평균 소득은 상위 몇 퍼센트에 의해 좌우될 정도이다. 따라서 의학, 치의학, 한의학, 법학 전문대학원을 응시하면서 고려해야 할 가장 큰 가치기준을 소득으로 본다면 분명 졸업 후 큰 난관에 봉착하여 좌절할 수도 있다. 실제로 여러 주체에서 학비 등의 투자비용과 그것을 선택함으로써 포기해야하는 기회비용과 졸업 후의 소득을 예측하여 산출한 경제적인 면에 있어서도 그리 타산(打算)이 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이를 뒷받침해준다. 따라서 그 일에 대한 적성과 소명의식이 가장 중요하다.

동의보감에서도 삼대를 내려온 의사를 귀하게 여겼다(醫貴三世). “사람이 변함없고 꾸준한 항심(恒心)이 없으면 무당이나 의사가 될 수 없다.”는 논어(論語)의 구절을 인용하여 이 두 가지 일은 꾸미거나 함부로 지어내서는 안 되며, 그래서 3대를 내려온 의사가 아니면 그 약을 먹지 않고, 아홉 번 팔이 부러져봐야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다”고 하여 의술을 깊이 배워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그 시대에는 의사가 신분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그리 각광을 받지 못하는 시대였으므로 그러한 대접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하는 것은 천직(天職)이라는 소명의식과 사람의 목숨과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 일에 정통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요즘 의사들도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라 생각이 든다.

주역(周易)에서 강조하는 것은 음양 소장 진퇴(陰陽消長進退)의 이치이다. 음이 극(極)하면 양이 되고, 사그라지면 자라남이 있고, 나아가다보면 물러남이 있고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이다. 전 국민이 영어에 몰입하다보면 국어와 국사 등 우리 것에 대하여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말의 70%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한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평화(Pax)라는 말에도 동의할 순 없지만 과연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는 완벽하고 영원한 체제일까? 언젠가는 우리 것도 그 가치가 제대로 조명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인기 있는 직업은 당연히 그 시대를 반영하므로 부침(浮沈)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에서 공익에 반하지 않고 자신이 가치롭게 생각하며 가장 만족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후회없고 행복할 터이니 이것이 진정한 대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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