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육식과 채식 (강서양천신문 2008.6.1 기고)

 

나라가 온통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들끓고 있다. 이 와중에도 어떤 사람들은 광우병이 발병할 확률만을 이야기 하면서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그 병이 자신이나 가족 또는 일가친척에게 발병한다면 아마도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빈부귀천,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의 생명은 고귀하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의 확률은 0% 아니면 100%이다. 이미 밝혀져 있고 또한 유력시되는 발병원인을 통제하기 위해 이미 다른 나라에서도 시행되고 있는 최소한의 안전조치를 하자는 것인데 정치나 경제의 논리 속에서 국민의 건강권과 생존권이 희생되는 것 같아 안타까울 따름이다.

차제에 아예 육식을 끊고 완전 채식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균형잡힌 식사가 건강을 유지하는데 가장 이상적인 것임은 분명하다. 당연히 육식에 너무 치우치면 심혈관질환을 비롯한 각종 성인병에 노출되기 쉽다. 채식만을 고집해도 육류에서 밖에 얻을 수 없는 영양분을 확보하지 못하니 또한 문제가 있다. 따라서 육류, 어류, 곡물, 채소, 과일을 골고루 먹되 기왕이면 각 종류에서도 자신의 체질에 맞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현명하다.

흔히 기력이 떨어지면서 뭔가 허전한 느낌이 있을 때 고기를 먹고 싶은 생각이 들어 고기를 보(補)하는 성질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동물성 단백질이 귀했던 옛날에는 큰 병후에 몸을 보할 목적으로 섭취를 하거나, 제사를 모실 때나, 큰 잔치가 있을 때에나 맛 볼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동의보감에도 고기는 보하는 성질이 없고(肉無補性), 오직 양(陽)을 보하는 성질만 있다고 하였다. 따라서 몸이 허손(虛損)된 사람이 양(陽)에 문제가 없고 음(陰)에만 문제가 있는데 고기로 음을 보하려고 한다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여기서의 음양의 구분은 동물은 움직이는 것이니 고기는 양이 되고, 식물은 한 곳에 머물러 자라는 것이니 야채나 채소는 음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양(陽)도 다시 음양으로 나뉠 수 있어 육류도 음이나 양의 어느 한쪽으로 더 편중된 것이 있고, 음(陰)도 마찬가지여서 채소 또한 그렇게 세분할 수 있다. 쇠고기, 말고기, 닭고기, 오리고기, 개고기, 흑염소는 모두 양성(陽性)이고, 지방이 많은 돼지고기, 양고기는 음성(陰性)을 띈다. 채소도 배추, 상추, 오이, 당근 등은 양성을 띄고, 파 마늘 생강 고추 시금치 미나리 열무 등은 음성을 띈다. 따라서 자신의 체질과 병의 증상에 맞는 상태에 따라서 맞는 음식을 섭취하면 음양의 평형과 중화(中和)에 이르러 병을 예방할 수 있고, 이미 생긴 병도 고칠 수 있다. 또한 오곡은 토(土)의 덕을 갖추어 맛이 담담하고 달며 성질이 화평(和平)하므로 주식으로 하고, 육식은 그것을 보조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은 못 먹는 시절이 아니니 과유불급(過猶不及)의 경구를 명심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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