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여성호르몬 대체요법(한국식품연구원 20주년 기념 특별기고 2008.4.30.)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듯이 유한한 사람의 생에 있어서도 생리가 끊어지는 것은 늙으면서 생기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수 천 년 전의 한의학 고전인 황제내경에서는 여자 14세에 비로소 생리를 시작하게 되어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되고, 49세에는 형체가 쇠약해져 더 이상 아이를 가질 수 없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요즈음은 예전에 비하여 영양상태의 호전으로 인하여 평균적으로 초경은 빨라지고 폐경은 늦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제때가 되지 않아 비정상적으로 생리가 멈추어 버린 경우라면 병적인 의미로 예전처럼 경폐(經閉)나 폐경(閉經)이란 말을 쓰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되지만, 때가 되어 이루어지는 정상적인 생리의 단절은 요즈음 등장한 완경(完經)이나 필경(畢經) 등의 용어로 표현하여 어감이 거칠고 끝나버렸다는 아쉬움과 허탈감 보다는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임신과 출산이라는 성스러운 임무를 잘 완수하였으니 주위에서 오히려 제2의 삶을 축하받고 본인 또한 득의양양한 얼굴을 지어도 될 법한 일로 받아들이면 좋겠다. 

하지만 이러한 완경도 아무런 불편증상 없이 다가오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의 여성들에게 있어 50세를 전후해 생리가 종결되면서 심신 양면에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며, 때로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현상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삶의 질에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여자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심리적인 위축과 상실감, 우울증, 불면증, 안면홍조, 질 건조감, 골다공증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갱년기 증후군이다. 이러한 증상에 맞서 1940년대에 처음으로 폐경여성을 대상으로 고농도의 에스트로겐을 투여한 이래 지금까지 여러가지 형태로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호르몬 대체요법의 득과 실에 대한 여러 상반된 연구결과에 의사나 환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에스트로겐의 단독투여는 자궁내막을 과다증식하여 자궁내막암을 유발할 수 있고 생리가 다시 시작되며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프로게스테론을 복합 투여하면 오히려 유방암, 뇌졸중, 심장마비,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와 있다. 또한 유방이 단단하게 뭉치거나 눌러서 아프거나, 몸이 붓는 증상, 심한 복통, 불안, 초조, 우울증 등의 프로게스테론 부작용들로 인하여 호르몬 대체요법을 그만두는 여성들도 많다.

따라서 폐경이 되었다고 별다른 증상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마치 여성호르몬제가 회춘(回春)의 명약인양 생각하여 호르몬대체요법을 받는 것 보다는 증상이 있을 때 적절한 용량과 기간동안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호르몬제를 복용하면서 증상개선이 없거나 부작용이 있다면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약물의 종류와 투여방식을 바꾸거나 때로는 중단을 해야 할 필요도 있다. 

요즈음 참살이(웰빙)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천연호르몬제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식물성이라 하여 좋고 합성 호르몬이라 하여 나쁘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식물성 호르몬 대체제도 합성된 여성호르몬과 마찬가지로 투여효과에 체질적인 경향성이 존재하므로 자신의 체질이나 증상에 맞지 않고 또한 용량이 필요이상으로 과도하게 되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하니 그 선택에 있어서도 신중을 요한다. 

자몽에는 여성호르몬인 식물성 에스트로겐 성분이 많이 들어 있고, 아마씨는 폐경여성의 갱년기장애 중 하나인 안면홍조를 완화시키는 데 효과가 크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있는데 둘 모두 하체가 약하고 과도하게 기가 상체로 올라가서 진액이 수렴하지 못하고 흩어져버리는 체질에 적합하다. 식물성 여성호르몬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하여 각광을 받고 있는 석류는 추운 지방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고 열매 또한 맺지 못하므로 매우 찬 성질이며, 콜레스테롤을 비롯한 지질의 과다한 축적을 억제시켜 혈액순환의 개선 효과를 가지고 있는 감마리놀렌산이 풍부한 달맞이꽃 씨의 기름 또한 성질이 차서 체질적으로 화나 열이 많아 진액이 부족하기 쉽고, 혈액의 점도가 끈끈하여 저리거나 붓고, 평소에 설사 보다는 변비의 성향이 있으며, 찬 음식을 즐겨먹어도 소화에 탈이 없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식물성 여성호르몬으로 불리우는 이소플라본을 다량 함유한 콩, 쿠마린을 다량 함유한 셀러리, 서양에서 오랫동안 식물성 호르몬 대체제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랙 코호시(승마), 맛이 달고 따뜻하여 소화기를 덥혀 설사를 멎게 하고 신장의 기운을 좋게 해주는 마, 골수와 정(精)을 보하며 갈증을 풀어주는 미나리는 평소에 음식의 섭취량이 많아도 탈이 없고, 몸을 잘 움직이지 않아서 복부비만이 생기기 쉬운 체질에 적합하다. 또한 음식물의 소화흡수가 약하여 설사를 자주하고, 섭취하는 음식량이 적고, 체질적으로 허하며, 혈액순환 장애가 있어 손발이 찬 사람에게는 성질이 맵고 따뜻하며 혈소판의 응혈작용을 억제하여 혈전이 생기는 것을 막고 생긴 혈전을 분해하는 작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알리신 성분이 풍부한 파나 마늘, 진저론이란 성분이 비타민E 보다 더 강력한 항산화작용을 하는 생강, 몸을 따뜻하게 하여 혈액순환 개선으로 호르몬의 분비와 이동을 원활하게 해주는 쑥 등이 효과적이다. 

종류도 다양하고 영양 또한 풍부한 음식 덕분에 현대의 여성들은 예전에 비하여 빠른 초경과 늦은 폐경으로 예전에 비하여 오랜 기간동안 생리를 할 확률이 높아졌다. 또한 적은 횟수의 임신과 출산 때문에 난소는 쉬지 못하고 매달 배란을 해야 하므로 그만큼 자궁이나 난소가 혹사(酷使)로 인한 질환에의 가능성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으니 그 예방과 치료에 더욱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흔히 보약이라 하면 진단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허한 곳을 정확히 알아야 의도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듯이 식물성 여성 호르몬제 또한 제조업체에서 제시하는 효능만을 맹신하지 말고 실상을 정확히 인지하여 각자의 체질과 증상에 적합하게 투여할 때만이 부작용 없는 온전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리고 폐경이라 하여 어떠한 형태로든 외부에서의 호르몬의 투여에 의하여 여성호르몬 수치를 높여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기계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순환혈액의 양을 늘리고 혈액의 흐름을 개선하며 적당한 운동과 편안한 마음을 갖고 정상적인 노화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면 무난히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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