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광우병] 광우(廣愚)의 시대 (강서양천신문 기고 08.05.19)

나라가 온통 광우병(狂牛病)과 조류독감(AI)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아예 이참에 채식주의를 선언하는 사람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영양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감염의 경로를 100% 차단하는 것이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나만 잘 한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 또한 아니다. 그렇다면 아주 오래전에도 광우병이 있었을까? 필자는 한의서에 기재된 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의 질환과 연관지어 고찰해보고자 한다.

조선시대에 사상의학을 창안하신 이제마 선생의 동의수세보원에는 기가 상체로 편중되어 있는 태양인(太陽人)의 체질병으로 허리와 다리에 힘이 풀려서 똑바로 일어서거나, 걸음을 제대로 걸을 수가 없는 해역증(解㑊證)을 제시하고 있다. 기(氣)가 상체로만 편중되어 있고, 직승(直升)하는 에너지만 과하여 진액(津液)이 수렴되지 못하고 모두 증발되어 결과적으로 태양인에게 가장 취약한 하지부의 근골을 자양(滋養)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병이다. 물론 조선시대에는 육골분 사료를 먹은 소도 없었을 것이고, 광우병도 보고된 바도 없으니, 해역증을 인간광우병(vCJD)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한편 최초의 광우병은 영국에서 쇠고기를 먹은 소에서 발생하였고, 캐나다에서는 사슴광우병으로 알려진 만성 소모성 질환(CWD)이 소의 부위가 포함된 육골분 사료를 먹은 사슴에서 발병하였고, 병의 증상이 비슷한 쿠루(Kuru)병도 사람의 시신을 먹은 인간에서 나타났다. 또한 광우병, 사슴광우병, 인간광우병 모두 이미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었을 때만 유발되었다는 확증도 없으니 단지 소가 소를 먹고, 사슴이 소를 먹고, 사람이 사람을 먹어서 이러한 질환이 발생하였을 개연성에 대하여 부정할 근거 또한 희박하다. 따라서 태양인이 같은 기질을 가진 태양체인 소나 사슴을 오랫동안 먹을 때에도 이런 질환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는가? 비록 필자의 가설(假說)이지만 광우병이 아니더라도 이와 유사한 질병의 예방을 위하여 최소한 자신의 체질과 같은 기질의 음식을 피해야 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필요한 의식주(衣食住)의 어느 한 곳이라도 안전지대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다. 품종 개량을 위한 근친교배,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육골분 동물성 사료의 사용, 대량 사육과 양식을 위한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의 오남용,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변형식품(GMO), 더 많은 양과 눈에 보기 좋은 농작물의 수확을 위한 지나친 화학 농약과 제초제의 사용, 더 오랜 기간의 보존을 위한 보존제와 방부제, 더 좋은 맛을 위한 화학 조미료의 사용, 아름다움을 위해 사용하는 화학 화장품, 위생과 청결을 위한 제품들, 몸에 걸치는 화학섬유, 집을 꾸미는데 쓰이는 건축자재와 화공약품들...

물질문명에 대한 인간의 끝없는 탐욕과 풍요를 위하여 만들어진 많은 것들이 이제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가 되었다. 맹자(孟子)에 재앙(禍)과 복덕(福)은 모두 자기 자신으로부터 나온 것(禍福 無不自己求之者)이라 하였다. 이 모든 것들은 인간으로부터 나온 것이니, 당연히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부작용을 감수해야 할 대상 또한 바로 우리 인간인 것이다. 현대문명 속의 우리는 어쩌면 인류역사상 가장 광우(廣愚)의 시대를 살고 있진 않은지 돌이켜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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