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건강하게 물마시기 (강서양천신문 2008.4.14)

 

바야흐로 완연한 봄이다. 겨우내 처연하게 마른채로 늘어져 있던 강변의 수양버들도 어느새 촉촉하게 물이 올라 연두 빛 신록으로 치장을 한다. 흔히 사람의 능력이나 형편, 상태가 좋아질 때 물오른 봄 나무와 같다고 한다. 따뜻한 공기가 상승하는 기운에 의하여 물이 중력을 거슬러서 뿌리에서 줄기, 가지, 잎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혈액의 양이 충분하고 점도가 묽어서 순환이 잘 이루어져야 몸이 따뜻해지고, 그러한 양기(陽氣)에 의하여 물을 찾게 되고 마신 물이 몸속에서 유지될 수 있다.  

물은 산소와 함께 사람이 생명활동을 유지하기 위하여 꼭 필요한 요소이다. 사람의 몸에서도 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60∼85%에 이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물을 마셔도 몸에서 가두어두지 못하고 소변으로 빠져나가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에 따라서 섭취한 물이 피부, 호흡, 대소변을 통하여 유실되는 양은 다르다. 몸이 찬 사람은 물을 마셔도 특히 소변을 통하여 유실되는 양이 많고 그 시간도 빠르다. 겨울이 되면 화장실에 자주가는 이치와 같다.

한의학적인 이론에 의하면 신장 방광을 포함한 하초(下焦)에서 물을 끓여서 수분을 기화하여 온몸을 덥혀주는데 기온이 떨어지거나 몸이 차가워지면 수증기가 액화되어 소변을 많이 생성하게 된다. 수면 중에는 외부 기온도 떨어지고, 몸도 움직이지 않으니 열의 발생이 없고, 심장 또한 최소한의 혈액을 순환시키므로 평소에 순환혈액량이 부족하여 손발이 차거나, 저리고 쥐가 나며, 어지럽거나, 두통이 있는 사람들은 소변이 과하게 생성되어 자다가 일어나서 소변을 보게 되는 증상이 발생한다. 그런데다 이러한 사람들이 커피, 녹차, 코코아, 초콜릿, 옥수수 수염차, 보리차, 보이차, 우롱차 등을 마시게 되면 그 안에 들어있는 카페인, 테오필린, 테오브로민 등에 의하여 소변량이 많아지게 되므로 마시는 물의 양에 비하여 더 과도한 이뇨작용에 의하여 수분을 몸에 유지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들은 몸에서 열이 날 수 있도록 몸을 움직여 덥혀 주어야 하며, 이뇨작용이 있는 음료를 삼가며, 적당히 염분을 섭취하여 혈관의 삼투압에 의하여 몸의 순환혈액량을 늘려주어야 한다. 물의 섭취량과 소실량과의 밸런스를 항상 염두에 두지 않으면 마시기 싫은 물만 억지로 마셔야 하고, 과도한 소변의 생성은 결국 신장을 혹사시켜 단백뇨, 혈뇨, 신부전을 야기할 수도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또한 소화기관이 냉하여 평소에 설사가 잦거나, 자주 체하고, 음식의 섭취량이 적은 사람들은 미지근한 물을 마셔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비위(脾胃)의 화(火)를 상하게 하여 소화흡수의 장애와 복통을 유발할 수 있고, 잦은 설사에 의하여 치질이나 대장 항문질환의 위험성도 높아지게 된다. 무작정 물만 마셨다고 안심하지 말고 내 몸에서 물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 상태인지를 잘 점검하여 물오른 봄 나무처럼 최고의 건강상태를 구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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