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봄바람 (강서양천신문 기고 2008.3.31)

 

남녘으로부터 시작된 꽃 소식과 함께 봄은 훈훈한 바람을 타고 북상하고 있다. 하지만 봄바람이 마냥 따사로운 것은 아니다. 봄은 유난히 바람이 많고 봄바람은 “첩의 죽은 귀신”이라든지, “봄바람에 얼어 죽은 노인”이란 표현에서와 같이 결코 그 기세가 만만찮아 옷을 뚫고 품으로 기어든다. 일교차가 심한 봄에 건강관리에 소홀하면 오히려 겨울보다 바람과 추위에 상하기 쉽다.

동의보감에 바람은 온갖 병의 시초이며 그 성질이 잘 돌아다니고 변하기 쉽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의학의 병증에도 뇌졸중을 일컫는 중풍(中風), 입과 눈이 비뚤어지는 와사풍(喎斜風, 괘사풍), 관절 마디마디에 통증이 돌아다니는 역절풍(歷節風), 출산 후에 뼈와 관절에 통증을 야기하는 산후풍(産後風) 등 풍(風)이 들어간 용어가 많은데, 바람 자체를 병의 직접적인 원인 중의 하나로 인식함과 동시에 병의 형상이 기세가 급하고 전변이 빠른 것에 주목하였다.

바람에 상하는 상풍증(傷風證)의 증상은 갑자기 기침을 하고, 콧물이 나고, 코가 막히며, 목소리가 가라앉는다. 바람에 이미 상하였으므로 바람을 싫어한다. 대개 봄의 감기는 땀을 흘린 후에 땀구멍이 열려있는 상황에서 바람을 타고 찬 기운이 들어가서 풍(風)과 한(寒)의 증상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봄이 되었다고 성급하게 엷은 옷을 입어 바람막이를 잘 못하거나 추위에 노출되어 체온 조절에 실패할 때도 쉽게 감기에 걸리기 마련이다. 길목, 골목, 나들목, 여울목 하듯 우리 몸에도 바람이 드나드는 목이 있다. 손목 발목과 뒷목이 그것이다. 실제로 뒷목 주위에는 풍지(風池), 풍부(風府), 풍문(風門) 등 바람과 관련된 혈명(穴名)이 많다. 아침, 저녁으로 운동을 하거나 활동을 할 때는 반드시 그 부위를 따뜻하게 감싸줘야 풍한(風寒)에 상하지 않는다.

봄은 계절적으로 활동하기 좋은 때이다. 하지만 겨우내 움직이지 않은 몸을 욕심내어 무리하게 움직이면 병이 오기 쉽다. 자동차도 날씨가 추울 때는 충분히 난기운전(warm-up)을 한 후에 본격적인 주행을 해야 엔진에 무리가 없는 것과 같다. 겨울에 비하여 가벼운 차림을 하되 바람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옷을 입고, 운동을 시작한 처음 며칠 동안은 몸이 운동상태에 적응할 수 있게 단계적으로 강도와 시간을 높혀 가도록 하자. 또한 운동의 초반에는 충분히 몸을 덮혀서 관절과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오고 특히 평소에 심혈관계나 호흡 순환기계 질환이 있는 사람은 폐나 심장에 부하가 와서 생명이 위독할 수도 있다. 또한 겨우내 소진된 기혈(氣血)의 에너지가 재충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움직이다 보면 면역력의 약화에 의하여 병도 올 수 있다. 운전하기 전에 계기판을 점검하듯 심신(心身) 모두 활동이 많아지게 되는 봄을 맞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로 시샘 많은 봄바람으로부터 건강을 지켜내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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