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간장군(肝將軍) (강서양천신문 2007.10.30)

우리나라는 한때 “간염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간염환자가 많았고, 현재도 50대 남자 사망률에 있어서 간 질환이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간염(肝炎)은 자칫 간경변(肝硬變), 간암으로 악화되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으니 예방과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예전에는 간염환자와 술잔을 돌리거나 식사 도구를 함께 쓰는 것만으로도 간염에 걸린다는 잘못된 정보로 사회생활에 제한을 받기도 하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체로부터의 수직감염과 혈액에 의한 감염임이 밝혀졌다. 

한의학에서는 간(肝)을 장군(將軍)에 비유한다. 신체 기관을 뜻하는 육(肉) 달월(月)에 방패나 기둥을 뜻하는 간(干)을 쓰는 것만 보아도 간의 역할을 잘 알 수 있다. 실제로 간은 5백가지 이상의 일을 하면서 1천가지 이상의 효소를 생산하여 우리 몸의 모든 화학반응에 관여한다. 그만큼 하는 일이 많기에 우리 몸의 장기(臟器)중 가장 크다. 위장에서 흡수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을 대사하여 신체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에 필요한 물질로 만들어 낸다. 또한 외부에서 들어온 유해한 독(毒)을 분해 배설시키고, 항체를 생성하여 외부의 병원균에 대항하니 군에 비유하면 총사령관인 셈이다.

간은 15∼20%만 있어도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대사작용을 감당하기 때문에 간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평소에 쉽게 피곤하다든지 구역질, 식욕부진, 또는 헛배가 부르고 소화불량, 체중감소가 있거나 구역, 구토, 황달, 복수가 있다면 검사를 받아 보아야한다. 흔히들 한약을 먹으면 간에 무리가 생긴다고 한다. 증상이나 체질을 고려하지 않고 천연물로 만든 온갖 건강기능식품이나 건강원 등에서 식품으로 유통되는 약재를 오남용한 결과가 모두 한약에 의한 것으로 표현된 오해일 뿐이다. 한의사에 의하여 정확한 체질과 병증 분석으로 처방된 한약은 당연히 간기능을 개선하고 간염이나 간암을 치료하니 안심하고 복용하면 된다.

모든 병에 있어서와 마찬가지로 불규칙하고 불균형한 식습관과 극심한 스트레스, 운동부족, 과도한 음주, 과로는 간염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그 중에서도 심적(心的)인 마음의 평정은 참으로 중요하다. 예로부터 안타깝고 초조하게 속을 태우거나 마음을 쓸 때 애간장(肝腸)을 말린다, 태운다, 녹인다는 표현을 쓴다. 간염(肝炎)은 간의 상태가 불로 활활타고 있는 상황이다. 노심초사(勞心焦思)로 인하여 화열(火熱)이 더욱 치성하여 몸 안의 수분이 줄어든 상태는 간염의 생성과 악화에 필요충분한 조건이 된다. 사상의학의 창시자이신 동무 이제마선생의 권고대로 술(酒), 여색(色), 재물(財), 권세(權)에의 집착을 줄이고 조화, 균형, 절제, 중용의 덕목을 갖춘다면 전쟁에서 장군을 잃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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