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허준축제 (강서양천신문 2007.10.9)

 

조선시대 중기에 한의학의 백과사전격인 동의보감(東醫寶鑑)을 편찬하신 의성(醫聖) 허준(許浚)선생을 기리는 축제가 탄생지인 강서구의 구암공원에서 열린다. 한의학에서의 동의보감의 위상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중국과 일본에까지 전해져 중국판 서문에는 ‘천하의 보(寶)를 천하와 함께 한 것’이라 하였고, 일본판 발문(跋文)에서는 ‘보민(保民)의 단경(丹經)이요, 의가(醫家)의 비급(備急)’이라 평하고 있어 그 가치를 높이 평가받고 있다.

고대의 축제(祝祭)는 신(神)이라 칭해지는 절대자에게 종족의 무사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제사의 형식에서 유래하였다. 축(祝)은 남자 무당을 일컫기도 하고, 신에게 고(告)하는 말을 의미하기도 하였다. 물론 제(祭)는 신을 위하여 정성껏 차리는 하나의 의식이었고, 제가 끝나면 준비한 술과 음식으로 한바탕 잔치를 벌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염불보다 잿밥”이라고 축제의 의미는 먹고 마시는 뒷풀이가 주(主)가 되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아니 애당초 향연(饗宴)만이 기획되기도 하니 그런 경우엔 아예 온전한 축제가 아닌 셈이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 보면 아주 먼 옛날 상고(上古) 시대의 사람들은 몸을 움직여서 추위를 피하고, 그늘진 곳에 거처하여 더위를 피했고, 안으로는 노심초사(勞心焦思)하는 걱정거리가 없고, 밖으로는 명리(名利)를 추구하는 형체의 수고로움이 없어 나쁜 기운이 안으로 깊숙이 침입하지 못하여 병이 심하지 않았으니 약이나 침으로 치료하지 않아도 되었다고 한다. 단지 환자의 정신을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고, 문란한 기를 고쳐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회복시키고 새롭게 진작시키는 이정변기(移精變氣)하는 것으로 족했고, 무의(巫醫)에 의하여 신에게 병의 원인을 고(告)함으로 치유를 얻는 축유(祝由)로 충분하였다 한다.

하지만 오늘의 세상은 우환(憂患)과 근심이 안(정신)을 상하게 하고, 몸을 수고롭게 하여 밖을 상하게 하며, 사시(四時)의 변화를 따르지 않고, 한서(寒暑)의 변화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여 작은 병은 반드시 심해지고 큰 병은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한다고 지적하고 있으니 참으로 공감이 간다. 상고시대의 의사는 환자가 염담허무(恬憺虛無)에서 벗어난 이유를 찾아 말해주고 신에게 선처를 고(告)하면 되었고, 지금의 의사는 과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복잡다단한 사회의 결과와 그로 인한 질병의 심화로 인하여 더 애를 쓰면서도 못고치는 병이 많게 되었다. 

병은 사람의 욕심에 의하여 만들어지는 것이다. 명예나 이익에 집착하고, 좀 더 편안해지고 풍요롭게 살려는 만큼 병은 깊어지고 수명은 짧아진다. 상고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겠으나 그에 버금가는 마음을 갖는다면 무병장수(無病長壽)에서 그리 멀진 않을 것이다. 허준축제를 맞아 건강의 요체를 터득하고 자신과 가족과 사회의 건강을 빌어보는 진정한 축제의 한마당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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