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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출산전후의 조리 (강서양천신문 2007.9.17)

오곡백과(五穀百果)가 영글어가는 결실의 계절 가을이다. 사람에게 있어서도 2세의 탄생은 참으로 소중한 결실이다. 하지만 식물과 달리 사람을 포함한 동물에게는 탄생의 기쁨에 버금가는 출산의 고통도 수반된다. 또한 산후에 적절한 조리를 하지 않으면 두고 두고 그 후유증에 시달려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키므로 주의를 요한다.

예전에 비하여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한 영양(營養)의 섭취와 환경, 보건, 위생의 개선에 의하여 출산으로 인한 질병들은 많이 줄어들고, 병에 걸린 사람들의 상태도 그리 심하지 않은 추세이다. 허나 자신의 체질과 병증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한 건강기능식품의 남용과 방심(放心), 산후조리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부족에 의하여 뜻하지 않게 산후풍(産後風)에 시달리는 여성 또한 드물지 않다.

산후조리의 대강(大綱)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이다. 임신으로 인하여 커져있는 자궁을 원래의 크기로 수축시키고, 자궁내막에 남아있는 찌꺼기를 잘 배출시킨 후에 태아를 키우고 출산을 하면서 소모된 기혈(氣血)을 보강해주면 된다. 또한 개인에 따라 부종(浮腫)이나 통증이 있거나 유즙의 분비가 적은 경우는 그에 맞는 한약을 쓰면 된다.

우선 산전준비로 산고(産苦)를 줄이고 순산(順産)을 위하여 임신 마지막 달에 불수산(佛手散), 달생산(達生散)-일명 축태음(縮胎飮)- 등을 복용하여 산모를 최대한 보호하고, 산후에는 자궁의 수축을 도와서 자궁내강에 남아있는 혈액이나 혈관조직들-오로(惡露)나 어혈(瘀血)-의 배출을 돕기 위하여 생화탕(生化湯)이란 처방을 산후 10일 이내로 복용케한다. 오로(惡露)의 배출이 미진하면 몸이 무겁고 쑤시며, 머리가 아프고, 골반에 염증이나 통증이 오고, 자궁이나 난소에 질환을 야기한다. 생화탕의 복용후에는 기혈을 보강하고 각자의 증상에 맞는 한약을 처방받으면 된다. 민간에서 부기(浮氣)를 빼고 유즙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아무나 호박이나 잔대(사삼), 돼지 족을 끓여서 먹는 경우가 있는데 위장이 차고 마르면서 혈압이 낮은 사람에게는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으니 반드시 주치 한의사와 상담해야 한다.

또한 산후에 가장 조심해야 할 세 가지로 풍(風), 냉(冷), 한(寒)을 들 수 있다. 지나치게 위생이나 감염의 예방만을 생각하여 출산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너무 빨리 그리고 자주 씻으면 산후풍의 우려가 있다. 대체로 머리감고 양치하는 것은 2주, 샤워는 3주, 탕에 들어가 목욕하는 것은 한 달 정도 즈음에 하면 아무런 무리가 없다. 산후조리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하는 것이 유리하다. 반식자우환(半識字憂患)이라 하였으니 확실히 모르면 하지 말고, 정 하고 싶으면 산후조리가 끝나는 백일 후에 하도록 하자. 출산이 영원한 기쁨으로 남기 위하여 산전 산후조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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