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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너무 쉬운 금연법] 흡연의 악령(惡靈) (강서양천 신문 2007.7.16)

서울시가 오는 9월부터 모든 버스 정류장을 금연구역으로 선포하였다. 물론 흡연자들의 권리를 제한한다하여 논란의 소지도 있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환영을 하는 분위기다. 공공장소는 물론이고 많은 사무실과 실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어 더 이상 흡연자들이 설자리는 좁아만 가고 있다. 흡연은 이미 공공의 적(敵)으로 인식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신년초가 되면 하는 다짐 중 대표적인 것이 금연(禁煙)과 절주(節酒)일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가 며칠을 넘기지 못하여 다시 흡연을 하며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로 씁쓸한 자위(自慰)를 하고 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요즘은 흡연자의 스펙트럼이 다양화하여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특히 한창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나 가임여성에게서도 흡연비율이 높아지는 추세라 그 심각성이 더하다. 

흡연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이미 삼척동자(三尺童子)도 알 일이니 더 이상 재론의 여지가 없다. 담배를 처음 배우게 될 때 몸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호흡곤란, 기침, 심통(心痛) 등의 불편증상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폐해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사람들이 담배를 배우려하고 이미 배운 사람은 끊기가 그토록 힘든 것일까? 그것은 인간이 담배에 대해 가지고 있는 착각과 환상이 다시 자기 최면이 되어 그 늪에서 헤어날 수 없는 구조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담배 끊는 인간하고는 상종(相從)하지 마라” , “담배도 독(毒)하지만 그것을 끊는 사람은 진짜로 독종(毒種)이다”는 말이 있을 정도일까? 많은 사람에 있어 그만큼 금연이 어렵기 때문에 금연에 성공한 사람을 시샘해서 경멸하는 투로 표현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담배를 의지로 끊으려 하기 때문이다. 담배의 실체에 대한 합리적이고 냉철한 이해만 있다면 의지에 의한 노력없이도 누구나 쉽게 지긋지긋한 흡연의 족쇄에서 해방될 수 있다.

흡연은 대개 처음 호기심에서 시작하여 흡연자가 되고 나면 담배가 불안 긴장 초초 스트레스의 정도를 약화하거나 안정시켜 준다는 잘못된 환상에 빠지게 한다. 단지 그러한 상황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적으로 생긴 심리적 안정을 흡연의 행위 덕으로 돌리는 것이다. 따라서 금연을 결심하면서도 향후 그러한 상황 발생시 담배가 없을 것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갖게 된다. 또한 흡연은 니코틴에 의한 엄연한 약물 중독인데 단순히 무료해서 습관적으로 피운다고 가볍게 생각하기 쉽고, 금연하기 위해 금연보조제로 니코틴을 공급해주니 그만큼 니코틴과의 결별은 더욱 어려워진다. 백해(百害)는 차치하고라도 담배가 그것이라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실체없는 환상이다. 이제 그 환상의 악령에서 즐겁게 벗어나 보자. 환멸(幻滅)을 느끼는 순간 당신은 이미 자유(自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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