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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유산(流産) (강서양천신문 2007.7.2)

과수원에 가면 채 익지도 않은 어린 과실들이 땅에 떨어져 퇴색되어 뒹굴고 있는 것을 보는 마음이 썩 편하진 않다. 사람에 있어서도 임신 7개월(28주) 이전에 태아가 죽어서 나오는 것을 유산(流産)이라 칭한다. 물처럼 흘러가 버렸으니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절박한 상황을 참 잘 표현한 말 같다. 물론 임신 7개월째라도 살아서 나온다면 칠삭둥이라 하여 정상적으로 자랄 수도 있다. 

유산의 종류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계류유산(稽留流産)은 이미 사망한 태아가 배출되지 못하고 자궁 내에서 머물러 있는 상태를 말하고, 습관성 유산은 유산이 3회 이상 반복되어 발생하는 경우를 칭한다. 이러한 유산은 유전적인 질환이나 염색체 이상에 의하여도 발생하지만 대부분은 정자와 난자의 건강상태와 수정란이 발육 성장하는 곳인 자궁과 임신부의 편안한 마음상태가 임신의 유지에 가장 큰 전제조건이 된다.

정자의 상태는 정액검사를 통하여 정액의 양과, 정자의 숫자, 모양, 운동성을 검사하는 것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정액의 양은 2ml 이상, 정자의 숫자는 1ml당 2천만개 이상, 모양은 30% 이상이 정상, 운동성은 앞으로 가는 것이 50% 이상이거나 빠르게 가는 것이 25% 이상인 것을 정상 기준치로 제시한다. 하지만 불임이 아닌 경우에는 통상적으로 정액검사를 실시하지는 않으니 평상시의 건강 상태를 통하여 충분히 그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대개 문제가 있는 경우에는 체질적으로 약한 소인에 더하여 잦은 음주, 과도한 흡연, 불규칙한 식사, 운동부족, 부족한 수면, 심한 스트레스 등의 생활습관적인 요소 때문이다.

난자의 상태는 여자의 나이가 35세를 넘어서면서 난소의 기능이 떨어지므로 자연적으로 난자의 질도 저하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나이가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므로 평소에 자궁과 난소를 포함한 하복부의 기혈순환 장애에 의하여 생리통이나 생리불순, 수족냉증 등이 있는 경우는 자궁근종 난소낭종 자궁내막증 등의 질환도 발생하며, 이러한 질환의 발병여부와 상관없이 임신의 성립과 유지에 그만큼 불리한 것이다. 발아(發芽)한 싹이 자라는데 적당한 수분과 온도가 필요하듯 자궁도 태아를 발육 성장시키려면 최적의 혈류상태를 유지해야한다. 
이미 유산(流産)을 겪었다면 흘러간 물을 돌이키지 못하니 감정을 말끔하게 정리하여 잘 추스르고 몸의 조리를 잘하여 다시는 그러한 일이 없도록 정확한 체질과 원인분석에 의한 한약의 복용과 식이요법 섭생을 통하여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더 이상 유산의 아픔 없이 원하는 모든 사람이 건강한 임신 출산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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