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우울증의 늪 (강서양천신문 2007.6.4)

최근에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는 것 중 하나가 자살(自殺)이다. 그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의학적으로는 우울증(憂鬱症)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전에는 주로 감성적인 여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이러한 병이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에서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발병되며 그 결말도 극단적이어 사회적 관심이 절실할 때이다.

우울증의 원인에 대하여 의학적, 사회심리학적인 지견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 진단이나 치료에 있어서 만족할 만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시적으로 기분이 가라앉고 언짢은 정도 이상을 넘어서 우울증 증세를 가지고 병원에 내원하였을 때도 의사나 환자 모두 신체로 표현된 증상과 눈에 보이는 검사결과에만 주된 관심을 가지다 보면 자칫 치료의 기회를 놓치기 쉽다. 또한 의사나 주위의 가족들이 환자를 정신적으로 지지해주고 그 근본적인 원인을 해소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없이 약물치료에만 의존해서는 극복하기가 여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동의보감 신문(神門)에 보면 신(神)이 우리 몸의 주인(神爲一身之主)이요, 음식수곡(飮食水穀)의 오미(五味-酸苦甘辛鹹)가 신(神)을 생하고, 심(心)에 신(神)이 담겨 “심허(心虛)하면 슬퍼지고 슬프면 근심이 생기고, 심실(心實)하면 웃게 되고 웃으면 기쁘다”(心虛則悲 悲則憂 心實則笑 笑則喜)라고 하여 신(神)이 칠정(七情- 喜 怒 憂 思 悲 驚 恐)을 통솔하여 신(神)이 상하면 병에 걸린다고 하였다. 결국 우울증은 글자그대로 근심걱정이 빽빽하게 차있는 상태로 생활에 신(神)이 나있지 않은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갑작스런 신분이나 지위의 변화, 회복 불가능한 경제적인 손실, 자신의 목표에 턱없이 부족한 성취도, 주위사람에 의해 주어지는 과도한 부담, 자신보다 우위에 처한 집단과의 괴리에서 오는 상대적인 박탈감 등은 모두 우울함을 가져오고 그로 인한 자신감의 결여는 자괴를 넘어 헤어날 수 없는 자학의 늪과 가위눌림에 빠져들게 한다. 세상에 있는 그 어떤 사람도 근심없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으니 그럴 때일수록 혼자 고립되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와 위로를 받고 태연(泰然)한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양방에서 주장하는 일조량(日照量)이나 구체적인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의 분비도 요인이 되겠지만 사람이 근심이 생기면 잠을 못 이루고, 당연히 음식의 맛을 잃게 되고, 그렇게 되면 혈액의 화생(化生)에 장애가 생겨 전신으로 혈액을 추동(推動)하지 못하여 몸에 활력을 잃어 무기력해지고 기분(氣分)이 침체되기 마련이다. 가능한 빨리 심신(心神)의 안녕을 찾아 하루하루를 신명(神明)나게 산다면 매순간 살아있는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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