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고혈압] 침묵의 살인자 (강서양천신문 2007.4.23)

 

먼 이국에서 벌어진 충격적인 총격사건으로 인하여 전 세계가 거의 심리적인 공황상태(恐慌狀態)에 빠져있다. 인성의 형성이나 정서(情緖)의 불안정에 의한 한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비극적 파국으로 치닫기 전에 가정이든 사회에서든 적절한 관심과 관리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우리가 잘 아는 질환 중에서도 전형적인 증상이 없어 평소의 무관심으로 그 진단과 관리, 치료에 소홀하다 어느 순간 심장마비, 중풍, 심부전을 일으켜 자칫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 침묵의 살인자(silent killer)로 일컬어지는 고혈압이다.

국제보건기구(WHO)의 기준에 의하면 수축기 혈압 140(이하 단위 mmHg)이상, 이완기 혈압 90이상이면 경계역 고혈압으로 분류되며, 수축기에 160이상이거나 이완기에 95이상의 어느 한 가지에라도 해당되면 고혈압으로 판정한다.

고혈압의 발생원인은 대개 혈액의 점도와 혈관벽의 문제, 자율신경의 조절 능력 상실을 들 수 있다. 식생활이 서구화 되면서 육식과 패스트 푸드가 범람하여 점차 그와 관련한 질환들에 대한 유병률은 높아만 가고 있다. 고지혈증, 당뇨병,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은 모두 이와 관련한 것으로 발병기전에 있어 상당부분 그 궤(軌)를 같이한다.

과도한 지방과 콜레스테롤은 혈액의 점도를 끈끈하게 하고, 모세혈관의 내벽에 쌓여 혈관의 직경이 좁아지면 말초까지 혈액을 순환시켜려는 심장의 펌프는 더 강한 출력을 내어야 하므로 결과적으로 맥박이 빨라지고 혈압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더하여 심리적인 불안이나 정서적인 폭발에 의하여 자율신경이 항진되면 걷잡을 수 없이 혈압이 올라간다.

두통, 현기증, 어지러움, 시력장애, 미식거림, 흉통, 호흡곤란, 진땀, 손떨림 등이 고혈압을 인지할 수 있는 증상이지만 이러한 증상이 없다해도 가족력이 있거나, 비만한 체형이거나, 육식과 기름진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사람은 반드시 정기적으로 혈압을 체크하여 그 관리와 치료에 임해야 한다. 흔히 고혈압은 관리하는 것이지 완치가 없기 때문에 혈압약을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먹어야 한다며 아예 혈압약의 복용을 거부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아주 위험한 발상이다. 혈압이 높을 때는 반드시 맞는 혈압약으로 관리를 해야 위험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다만 혈압약을 먹으니까 무조건 안심하는 것도 금물이다.

체질에 따라서는 지나친 상기(上氣)에 의하여 이뇨작용의 저하로 인한 심부담의 증가나, 화열(火熱)이 심하여 진액의 부족에 의한 혈액 점도의 상승이나, 소변 땀 설사에 의한 체액량의 부족을 만회하기 위한 심장의 보상작용에 의하여 고혈압이 발생하므로 그에 맞는 한약의 복용과 식이요법, 섭생을 같이 한다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