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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원장님의 "서울사랑" 3월호 기고문이 실렸습니다.

 

 서울시에서 매월 발행하는 월간 "서울사랑"에
원장님이 2010년 5월부터 매월 기고중이십니다. 

이번주 주제는 "봄나물로 봄의 향연을 즐기자" 입니다.
건강과 한방에 관심 있으신 분들은  참고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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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봄입니다. 전통적인 겨울 날씨를 이르는 삼한사온(三寒四溫)마저 이번 겨울에는 사흘은 무지 춥고 연이은 나흘조차도 써늘하여 삼한사냉(三寒四冷)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백년 만에 눈 폭탄을 토해냈고, 꽃샘추위도 만만찮지만 그래도 어김없이 봄은 왔습니다. 

양력을 쓰는 현대에 있어서는 다소 괴리감이 있지만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 한 해의 시작은 단연 봄이었습니다. 봄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설렘을 줍니다. 봄은 새로 태어남이요, 새로 시작하는 시절이라서가 아닐까요?

봄은 생(生)하는 계절입니다.

한의학의 전통적인 가치관 중에 하나가 사람도 천지자연의 이치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의학의 고전인 <황제내경>에는 사계절에 맞춰서 심신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하여 잘 나와 있습니다. 봄은 천지만물에 온통 생(生)하는 기운이 왕성하여 옛 것을 밀어내고 새 것이 생겨납니다. 따라서 천천히 산책을 하고 몸을 느슨하고 편안하게 하여 1년에 대한 계획을 구상하여 뜻이 생기도록 하고, 모든 만물을 살리되 죽이지 말고, 베풀되 빼앗지 말고, 상을 주되 벌하지 말라고 합니다. 

또한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지니 겨울보다는 취침시간을 늦추고 기상시간을 빠르게 하는 것이 봄의 기운에 맞게 생을 기르는 방법이라 하였습니다.

만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간(肝)의 기운이 상한다고 하였습니다. 간은 억눌리는 것을 싫어하고 펼치거나 뚫고 나아가는 성질이 있습니다. 이것을 한의학에서는 소설(疎泄)작용이라고 합니다.

호르몬 분비를 조절하여 감정과 뜻을 적당하게 펼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어린 싹이 땅을 뚫고 나오거나 씨앗이 껍질을 뚫고 나오는 형상을 생각해보면 되겠습니다. 이러한 작용을 억누른다면 싹은 땅속에서 썩어버리거나 결코 껍질에서 탈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사람에 있어서도 이러한 경우에는 억제되고 울체한 감정에 의하여 병이 생깁니다. 물론 간의 기운이 너무 항진되어도 문제입니다. 그렇게 되면 조그만 일에도 흥분하기 쉽고 화를 잘 내어 히스테리나 노이로제에 걸릴 수도 있으니 항상 적당한 정도가 좋겠습니다.

제철 음식이 좋습니다.

이러한 봄의 기운을 잔뜩 머금고 있는 것이 봄나물입니다. 제철음식이 몸에 좋다고 하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 일입니다. 실제로 대량으로 철에 맞지 않게 인공적으로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거나 양식한 음식물의 영양성분이 제철음식에 비하여 심하게는 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실험결과가 나올 정도입니다. 

봄에 나오는 제철음식으로는 단연 봄나물을 꼽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지천에 깔려서 온갖 기후변화에도 살아남은 꿋꿋한 토종나물들은 영양가와 함께 생명력까지도 가득 함유하고 있습니다.

요즘이야 봄나물을 캐는 멋스런 풍경을 찾아보기 힘들다지만 예전에는 노랫말에도 자주 등장하였습니다. 어렸을 때 풍금소리에 맞춰 누구라도 불렀을 <봄맞이 가자>라는 동요 속에도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 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종다리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가 있었고, 여러 체육행사에서 신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목청껏 불렀던 <아리랑 목동>에도 어김없이 “꽃바구니 옆에 끼고 나물 캐는 아가씨”가 등장하였습니다. 물론 지금은 전설속의 한 대목처럼 아련하기만 하지만 가끔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합니다.

이왕이면 나에게 맞는 것을

제철의 봄나물이 우리에게 좋을 것임은 분명하나 이왕이면 나에게 맞는 것을 골라서 먹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누누이 강조드리지만 이 세상에 사람이 먹는 음식 중에서 성분이나 영양학적으로 안 좋은 음식은 결단코 단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무것이나 먹어도 어딘가에는 좋다는 결론이 나오기 때문에 시중에 범람하는 의학이나 식품영양학의 이론이 자칫 무용지물에 빠지거나 오히려 해가 될 수 도 있으니 유의해야 합니다. 

두릅, 엄나무 순, 오가피 순은 하체가 마르고 힘이 없어서 오랫동안 걷거나 서있기가 힘들고 무릎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거나 통증이 있고, 기운이 자꾸 위쪽으로 몰려서 얼굴이 붉어지기 쉬운 사람에게 좋습니다.

냉이, 돌나물, 씀바귀, 질경이는 몸에 열이 많아서 수분과 진액이 부족하기 쉬워 입속이 마르고 거칠거나, 많이 먹어도 허기를 쉽게 느끼고 살이 찌지 않거나, 변비 성향이거나, 성격이 급하고 화를 잘 내며 흥분하기 쉽거나, 심장에 열이 많아서 가슴이 답답함을 느끼고 이불을 잘 못 덮고 자면서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방광염이나 오줌소태가 자주 오는 사람에게 유익합니다.

머위, 취나물, 고사리, 민들레, 죽순, 칡 순은 대개 체격이 크거나 식욕이 왕성하고, 소화에 별 탈이 없으며, 성격도 느긋하고 원만한 사람들에게서 기운이 뭉쳐서 피부질환이 생기거나 오랫동안 기침이 낫지 않거나, 춘곤증을 심하게 타고, 기력이 자꾸 떨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특히 칡의 순은 갈용(葛茸)이라 하여 녹용에 버금가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보약으로 활용할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쑥, 옻나무 순, 달래는 영양분의 소화흡수를 담당하는 비위의 기능이 약하여 많이 먹지 못하고, 간혹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하고, 성향이 조용하고 내성적이면서 몸을 써서 움직이기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좋습니다.

하지만 옻나무 순은 아주 더운 성질이라서 체질적으로 열이 있는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옻을 타는 사람은 반드시 피해야 합니다. 
예전의 농경시절에는 24절기인 철을 모르면 때를 놓쳐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었고, 아이들은 당연히 그런 것에 관심이 없으니 철모르는 아이들을 철부지라 일컬었다고 합니다. 이 글을 읽은 모든 분들은 제철과 자기 몸을 잘 아셔서 봄의 향연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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