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변비 설사 장염] 꽃과 대변 (강서양천신문 2007.3.5)

 

이상기온에 의하여 갈수록 포근한 겨울이라지만 그래도 추운 겨울을 지내며 봄소식을 전하는 반가운 꽃 중에 단연 매화(梅花)를 으뜸으로 친다. 옛날 임금님의 용변을 보는 이동식 화장실을 매화틀이라 하였으니 수고로움 속에서 분출된 대변(大便)을 눈 속에서 차디찬 겨울을 견디며 피운 꽃에 비유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대변은 인체의 배설물 중 땀, 소변과 함께 건강을 판별하는 매우 중요한 지표이니 서민에게 있어서도 꽃에 비유할 만한 중요한 존재임에 틀림없다.

사람의 욕구 중 가장 원초적이면서 기본적인 것이 식욕, 성욕, 배설욕이라고 한다. 물론 인간은 동물과 다르지만 보다 고차원적인 욕구 또한 이러한 기본적인 것이 충족된 후라야 더 건실해질 수 있다. 따라서 배변은 삶의 질과 건강의 여부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아침마다 일정한 시간에 쾌변(快便)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면 누구나 그만큼 활력으로 넘치는 하루를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변비(便秘), 설사(泄瀉), 삭변(數便-변을 자주 봄)으로 고생하고 있어 쾌변으로 인한 만족감에 의기양양(意氣揚揚)은커녕 변을 보는 행위를 잔뜩 쌓여있는 업무처럼 마지못해 처리해야 할 일로써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으니 실로 불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대변의 이상을 가져오는 원인은 누구나가 인식하듯 대개 불규칙한 식습관, 스트레스, 장운동의 부족,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 식이, 커피 담배 등의 기호식품에 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는 대신에 임시변통(臨時變通)식의 대증요법에만 의존한다면 오히려 증상의 악화를 초래하여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 또한 대부분이 변비에는 일상에서의 불편감과 건강에의 악영향을 인지하여 변통(便通)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나, 설사나 무르거나 잦은 변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별 심각성을 느끼지 못한다.

변비는 흔히 위장에 열(熱)이 있어서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반대로 차서 발생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섭취하는 물에 비하여 지나친 소변, 땀, 설사로 인한 탈수(脫水)는 대장 점막의 진액(津液)을 마르게 하여 변비를 심화한다. 위장이 찬 사람은 물을 별로 마시지 않은데 커피 녹차 코코아 초콜릿(chocolate) 등으로 소변이 잦아지며, 과도한 운동이나 사우나로 땀을 많이 흘리고, 설사가 잦으면 그로 인하여 수분의 유실이 가속화되어 변비가 악화된다. 또한 변을 보기 위하여 찬 우유나 커피를 마시거나, 찬 성질의 알로에나 차전자 등을 복용하면 대변으로 유실된 수분 탓에 변비는 더 심해지니 일시적인 변통(便通)에도 갈수록 높은 강도와 빈도가 요구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또한 잘못된 음식에 의한 장염으로 인한 설사 이외에 평소의 잦은 대변도 설사의 범주로 반드시 치료의 대상이 된다. 계속해서 쉬지 않고 먹는데도 살이 찌지 않거나 오히려 마르는 사람 중에 대변이 굳고 변비 성향이 있다면 몸에 화열(火熱)이 많아서 그렇지만, 대변을 하루 2회 이상 보거나, 위장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 식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변의(便意)를 느끼거나, 변이 묽은 경우에는 위장이 허한(虛寒)하여 제대로 소화흡수가 안되며 잦은 변에 의한 수분의 손실로 결국 변비가 된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따뜻한 성질의 음식으로 비위(脾胃)를 덥혀줘야 변비가 해결된다. 대변은 더 이상 불결하다하여 대화의 소재에서부터 외면당할 천덕꾸러기 신세가 아니다. 자신의 대변상태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그에 따른 적절한 처치로 대변이 건강을 유지하는 중요한 꽃으로서의 위상을 다시 찾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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