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땀 (강서양천신문 2007.1.29)

 

예로부터 땀은 수고(受苦)를 할 때 나오는 산물로서 흘리는 정도에 비례하는 결실을 기약할 수 있어 항상 예찬의 대상이 되어왔다. 우리가 흔히 쓰는 불한당(不汗黨)이란 말은 떼를 지어 돌아다니며 남의 재물을 마구 빼앗거나 남 괴롭히는 것을 일삼는 파렴치한 무리를 일컫는다. 그만큼 땀을 흘려 노력하지 않고 남이 힘들게 이루어 놓은 것을 쉽게 가로채거나 무위도식(無爲徒食)하며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노리는 무리들을 경계하는 말이다. 이렇듯 일상에서 노력하며 흘리는 건전하고 생산적인 땀의 가치는 두말 할 나위 없이 소중하다.

하지만 이러한 땀도 남에 비하여 전신적으로 또는 특정 부위에서만 과도하게 나온다거나, 흘리지 말아야 할 상황에서 나오거나, 흘려야 할 생리적인 상황에서도 아예 나오지 못하여 여러 불편함이나 병적인 상황에 봉착하는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여름철에 식은 밥을 먹으면서도 얼굴 전체에 땀이 나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땀을 비오듯 흘리는 경우는 자한(自汗)의 증상으로 체표부위를 호위하는 위기(衛氣)가 부족하여 땀구멍을 조절하지 못하여 나오는 것으로 표피까지 기운을 끌어올려 땀구멍을 단속하는 황기(黃
芪)를 주재료로 처방한다. 잠자리에 들어 나오는 땀은 부지불식중에 흘러서 내 몸을 영양(營養)하는 혈액을 도둑맞는 격으로서 도한(盜汗)이라 하며 주로 당귀나 숙지황 등 영혈(營血)을 보하는 약을 위주로 쓴다.

또한 긴장을 하면 주로 손발에 땀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흐르는 다한증(多汗症)이 있다. 생활 속의 작은 불편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심한 경우에는 악수(握手)를 하기 힘들 정도여서 사람을 대하는데 자신감의 결여로 인한 대인기피증이 생기거나, 종이로 된 답안지나 문서를 작성하는 것에도 애를 먹는 경우가 있어 중요한 일에 낭패(狼狽)를 경험하기도 한다. 양방에서는 교감신경을 파괴하거나 절단하는 방법을 쓰고 있으나, 파괴된 신경의 자연적인 회복으로 인하여 재발하거나 신체의 다른 부위에서 보상적으로 더 땀이 흐르는 부작용이 있다. 

한방적인 방법으로는 불안정한 마음 상태를 잡아주고, 기혈(氣血)을 보함으로써 자극에 대하여 반응을 보이게 되는 역치(閾値)를 높이게 한다. 대부분의 다한증 환자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극의 강도가 낮은 상황에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거나 필요이상의 긴장을 느끼게 된다. 마치 그릇에 담겨진 물이 적으면 약한 불에도 금방 끓어 넘치거나 조금만 추워도 금방 얼어버리는 현상과 같다. 자극에 대한 수용체가 너무 발달하여 센서가 필요이상으로 작동하는 셈이다. 사람의 몸이 곧 그릇이고, 그 안에 담겨진 물이 곧 혈액이다. 섭취하는 수분의 양에 비하여 과도한 탈수(소변 땀 설사)와 노심초사(勞心焦思) 등의 심리적인 긴장과 스트레스에 의하여 화열(火熱)이 편중되면 전체 순환혈액량이 줄어들어 평소에도 심장박동이 빨라지게 되고 불안정한 마음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피부가 조밀하여 땀이 나지 않아 몸에 잠열(潛熱)이 발생하여 간질환이나 피부병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신체가 건장하고 식욕이 왕성하며 변이 굳고 더위를 타는 체질에서는 적당한 운동이나 한증막 등을 통하여 주기적으로 땀을 흘리면 좋다. 세상의 모든 일은 그 적절한 시기와 정도가 있다. 땀도 마찬가지여서 때를 살펴 적당히 흘려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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