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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돼지고기 가려먹기] 황금돼지 (강서양천신문 2007.1.8)

정해년(丁亥年) 새 해가 밝았다. 새해가 가져다주는 희망에 더하여 올해는 600년만에 한번 돌아오는 황금돼지해라 하여 유난히 더 큰 기대를 가져본다. 물론 돼지해는 12년만에 한번 돌아오고, 육십갑자는 60년만에 한번 돌아오니 다분히 호사가(好事家)들에 의하여 부풀려진 이야기임은 자명하나 그것을 이용한 지나친 상혼(商魂)에만 휘말리지 않는다면 삶의 활력소로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도 좋을법하다 .

돼지는 오래전부터 다산(多産)의 상징으로서 풍요와 번영을 가져다 주는 것으로 믿어져왔고, 실제로 서민의 영양보충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도 아주 긴요하게 사용되고 있어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이 아닌가 싶다. 전세계적으로 그 요리법은 실로 다양하고, 햄 소세지 베이컨 등의 가공식품도 일용할 양식중의 하나가 된지 이미 오래이다. 하지만 돼지고기가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자주 즐기게 되면 그로 인한 해악 또한 간과하지 못할 정도로 아주 크므로 주의해야 한다 .

돼지는 오행상으로 수(水)에 해당하며, 한약을 다루는 거의 모든 본초서(本草書)들에서 그 성질이 차다고 하는 것에는 별 이론이 없다. 실제로 돼지는 음허(陰虛)하여 허열(虛熱)이 발생하거나, 화열(火熱)이 치성하여 열성(熱性)질환이 있을 때 부위별로 나뉘어서 약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록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돼지의 쓸개(담, 膽)나 방광, 성기(性器), 등뼈(척골,脊骨), 족(사골,四骨), 껍질, 젖, 기름 등이 세분되어 각자 그 쓰임이 달랐다. 특히 민간에서는 산후에 기혈(氣血)이 허약하여 젖이 잘 돌지 않을 때 대표적으로 돼지족(저제, 猪蹄)을 고아서 먹게 하였다. 하지만 어떤 산모에게는 돼지족에 의하여 오히려 모유량이 줄며, 소변량은 늘고, 소화장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보통의 경우는 위장이 찬 소음인에게 많이 나타나는 증상이다. 이러한 소음인들에게는 오히려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진액을 보충해주는 인삼이나 대추 귤 등이 적합한 것이다. 

또한 흔히 한약을 복용할 때 금기해야 할 음식으로 돼지고기를 들고 있다. 한약을 복용하는 사람들 중 많은 경우가 일시적으로든 고질적으로든 소화기능의 저하를 동반한 경우가 많으므로 특히 찬 성질의 동물성 지방의 분해 흡수가 용이하지 않아 돼지고기를 금( 禁)하는 것이다. 소화에 문제가 전 혀 없고 변비 성향이 있으면서 위(胃)에 열이 많은 소양인에게는 오히려 약력(藥力)을 증가시키므로 한약의 복용 중 돼지고기의 섭취는 오히려 권장할만하다.

참살이(well-bein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육식의 폐해가 부각되면서 음식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음인(陰人)의 비율이 60-70%를 상회함에도 불구하고 “삼겹살의 블랙홀”이라 할 정도로 돼지고기의 수요가 많아 그에 따른 건강상 부작용도 우려된다. 음인은 돼지고기를 최대한 덜 먹고 깻잎 파 마늘 생강 고추를 곁들여 찬 성질을 중화해야 한다.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알아 적당한 양과 방식으로 돼지고기를 섭취할 때라야 비로소 우리에게 황금돼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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