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술의 두 얼굴 (강서양천신문 2006.12.18)

 

한 해를 마무리하며 그동안 쌓인 시름을 씻어 날리고 새로움을 맞이하려는 송년모임으로 여기저기서 권주가(勸酒歌)가 들려온다. 술은 득과 실의 양면이 있어서 적당하게 마시면 신의 은물(恩物)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악마의 재앙으로까지도 변신할수 있으니 그야말로 두 얼굴의 야누스 같은 존재이다. 역대 의가(醫家)의 설을 총망라한 동의보감에서도 술에 대한 득실을 잘 지적하며 음주금기를 제시하고 있으니 잘 지킨다면 심신이 모두 건강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을것이다.

동의보감에는 술로서 성품과 정서를 도야(陶冶)할 수 있고, 풍한(風寒)을 몰아내어 혈맥을 통하게 하며, 나쁜 기운을 없애고, 약의 세력을 끌어올리는데 이만한 것이 없다고 그 장점을 기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동의보감에서 제시하는 음주금기(飮酒禁忌)에는 무엇이 있을까?
첫째, 과음하지 말라. 주선(酒仙)으로까지 불리는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은 그의 시 장진주(將進酒)에서 ‘마시기로 했으면 한 자리에서 삼백 잔은 마셔야 한다(會須一飮三百杯)’고 읊었다. 하지만 동의보감에서는 석잔을 넘으면 안되고  그보다 많으면 오장(五臟)을 상하고 성품을 어지럽혀 발광하게 하고, 불가피하게 많이 마셨다면 빨리 토하는게 좋다고 하였다. 특히 얼굴이 하얀 사람은 순환혈액량의 부족을 반영하는 것이므로 술의 더운 성질이 더욱 혈액을 소모하므로 더욱 과음을 경계하고 있다.
둘째, 취후에는 과식하지 말라. 취후 과식하게 되면 열에 의하여 피부병이 발생하고, 특히 면(밀가루)을 먹으면 기공(氣空)이 막힌다고 하였다.
셋째, 술을 먹고 잠자리를 하지 말라. 기(氣)가 비(脾)에 몰려 흩어지지 않고, 술의 기운과 음식의 기운이 서로 다투어 안에서 열이 발생하여 전신에 퍼지게 되면 얼굴이 검어지고 기침을 하며 장기(臟器)의 맥이 손상되어 수명이 단축된다.
넷째, 술을  빨리 마시지 말라. 빨리 마시면 폐를 상하게 된다.
다섯째, 술을 마시고 아직 깨지 않았을 때 목이 많이 마른다하여 차나 물을 많이 마시지 말라. 신장으로 들어와서 머무르는 독수(毒水)가 되어 다리와 허리가 무겁고 방광에 통증이 생기고 몸이 붓고 당뇨가 생긴다.
여섯째, 술을 마시고 누워서 찬 바람을 쐬거나, 뛰거나 높은 곳을 넘지 말라. 목소리를 잃거나 구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이 동의보감에서 제시하는 술을 건강하게 마실 수 있는 방법들이다. 현대의 생활에 있어서도 동떨어진 것이 아니니 충분히 지킬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하였다. 적당한 양의 술을 적당한 속도로 즐겁게 마신다면 삶의 활력소로서의 신의 은물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술의 주인이 되느냐 노예가 되느냐는 그것을 운용하는 각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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