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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탈모] 낙엽과 탈모(脫毛) (강서양천신문 2006.11.20)

 

신록(新綠)의 푸르름은 이내 우거진 녹음(綠陰)을 만들더니, 짧은 시간이나마 형형색색의 진함을 뽐내다 어느덧 탈색되고 메말라 추풍(秋風)에 낙엽으로 뒹굴며 조락(凋落)의 쓸쓸함을 느끼게 하는 계절이다. 자연계 나뭇잎의 생장수장(生長收藏)의 변화는 모발의 생리와도 그 궤(軌)를 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모발 또한 형태에 따라서 태아에서 볼수 있는 여린 취모(毳毛), 젊은이나 성인에 많은 부드러운 연모(軟毛), 색이 진하며 굵고 긴 성모(成毛)로 구분되며, 성장상태에 따라서 생장기 퇴행기 휴지기로 나눌 수 있다. 

모발은 두께 0.07~0.1mm 정도로 얇고 가는 섬유성 단백질로서 케라틴이라는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으며, 보통 사람에서의 두발은 평방cm당 약 120~140개가 분포되어 있으며 대개 남자는 약 10만개, 여자는 약 12만개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매일 약 20~50개의 머리털이 탈락되며 하루에 100개도 빠질 수는 있으나  50~60개 이상이 빠지면 탈모증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두발의 성장속도는 매일 약 0.1~0.4mm로 평균 0.35mm이며 성장속도는 밤이 낮에 비해 빠르고, 가을과 겨울보다 봄과 여름이 더 빠르다.

요즘들어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탈모에 시달리는 빈도와 그 강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젊은 나이임에도 머리카락의 색깔이 반백(半白)의 정도로 하얗게 변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머리카락을 일컫는 한방적 이름은 혈지여(血之餘)로서 혈액이 충분해야 유지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혈허(血虛)의 대표적 상황인 산후에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는 증상을 생각해보면 걸맞는 이름이라 생각된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천자문(千字文)의 다른 이름은 백수문(白首文)이다. 중국 후량(後梁)의 주흥사(周興嗣)가 4글자씩 짝을 지어 말이 통하도록 천자(千字)를 하룻밤 사이에 만들고 나서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하였다. 정혈(精血)이 고갈될 수 밖에 없는 벅찬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탈모는 이렇듯 과도한 업무나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로 과로와 폭주, 폭식, 과다한 흡연, 불규칙한 식사와 수면, 영양의 불균형 등의 요인과 유전학적인 원인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경계해야 할 만병의 근원은 스트레스이다. 스트레스는 우리가 흔히 하는 속된 말로 "피를 말린다", "애가 탄다", "애간장이 녹는다", "부아가 치민다", "열 받는다"로 표현되며 한의학적으로도 간화(肝火), 심화(心火)로 해석할 수 있다. 과도한 화열(火熱)과 상기(上氣)는 진액과 수분, 혈액을 소모시켜 혈액의 점도를 끈적이게 하고 순환장애를 유발한다. 피부와 머리카락은 심장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먼쪽에 위치하므로 그 폐해가 더욱 크다. 탈모에 체질적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검은 색의 음식과 호르몬제을 복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혈액의 생성과 순환장애를 유발하고 있는 개개인의 체질적 소인과 섭생을 정확히 판별하여 각자에 맞는 치료와 예방이 필요하다. 물론 미용적인 면도 중요하겠지만 심신 양면에서의 부조화에 대한 상태를 바로 잡아달라는 외침으로 탈모를 인식하여 더 큰 병을 미연에 방지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급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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