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체질에 따른 맞춤 호르몬요법 (강서양천신문 2006.11.6)

대개의 여성들은 50세를 전후해 폐경을 맞으면서 심신 양면에서 커다란 변화에 직면하게 되며, 때로는 이러한 갑작스러운 변화에 잘 적응하지 못하여 삶의 질에 중대한 위협을 받고 있다. 여자로서의 삶이 끝났다는 심리적인 위축과 상실감, 우울증, 불면증, 안면홍조, 질건조감, 골다공증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갱년기 증후군이다. 이러한 증상에 맞서 1940년대에 처음으로 폐경여성을 대상으로 고농도의 에스트로겐을 투여한 이래 지금까지 여러가지 형태로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호르몬 대체요법의 득과 실에 대한 여러 상반된 연구결과에 의사나 환자 모두 혼란을 겪고 있는게 사실이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에스트로겐의 단독투여는 자궁내막을 과다증식하여 자궁내막암을 유발할 수 있고 생리가 재개되며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프로게스테론을 복합 투여하면 오히려 유방암, 뇌졸중, 심장마비,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와있다. 또한 유방의 경결(硬結)이나 압통, 몸이 붓는 증상, 심한 복통, 불안, 초조, 우울증 등의 프로게스테론 부작용들로 인하여 호르몬 대체요법을 그만두는 여성들도 많다. 물론 자궁을 적출한 여성에 있어서 에스트로겐 단독투여에 의하여 뇌졸중의 상대적 위험도는 증가하였지만 심장병의 위험은 증가되지 않았고, 유방암의 위험은 오히려 감소되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한 2005년 이후에는 자궁이 있는 여성에게 저용량 에스트로겐과 천연 프로게스테론 복합요법을 실시한 결과와 함께 초저용량 에스트로겐 단독요법에 관한 논문들이 추가로 발표됐는데, 자궁내막암과 유방암의 빈도를 줄일 수 있으며 심혈관 질환에 이점이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따라서 폐경이 되었다고 하여 위험성을 감수하면서까지 회춘(回春)의 명약으로 생각하여 무조건 호르몬대체요법을 받는 것 보다는 각자의 증상에 맞게 적절한 용량과 기간동안 투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호르몬제를 복용하면서 증상개선이 없거나 부작용이 있다면 담당의사와 상의하여 약물의 종류와 투여방식을 바꾸거나 때로는 중단을 해야할 필요도 있다. 한방적인 관점에서 보면 여성호르몬제도 투여효과에 체질적인 경향성이 존재하므로 복용전에 자신의 체질을 정확히 알아두는 것도 부작용없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요즈음 참살이(웰빙)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천연호르몬제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식물성이라 하여 좋고 합성 호르몬이라 하여 나쁘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식물성 호르몬 대체제도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으면 오히려 부작용을 초래한다. 추운 지방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고 열매 또한 맺지 못하는 석류(石榴)와 달맞이꽃 종자유는 체질적으로 화열(火熱)이 많은 소양인에게 적합하다. 콩, 미나리, 셀러리(celery), 승마(升麻)나 산약(山藥,마,yam)은 기운이 방강(放降)하기 쉬운 태음인에게 적합하다. 체질적으로 허한(虛寒)하여 혈액순환 장애가 있는 소음인에게는 마늘이나 생강이 효과적이다. 흔히 보약(補藥)이라 하면 진단없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허(虛)한 곳을 정확히 알아야 의도하는 효과를 거둘수 있듯이 호르몬제 또한 맹목적인 보약정도로 생각하지 말고 각자의 체질과 증상에 적합하게 투여할때만이 부작용없는 온전한 효과를 거둘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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