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질염(냉, 대하) (강서양천신문 2006.10.23)

 

질염(膣炎)은 산부인과에 내원하는 가장 흔한 이유중의 하나로서  냉(冷)이나 대하(帶下)라 불리우는 질분비물, 작열감(灼熱感), 가려움증, 외음부의 발적(發赤)과 피부의 손상을 동반한다. 전통적으로 세균성 질증, 트리코모나스 감염, 캔디다 증이 대표적인 질염의 범주에 속한다. 냉(冷), 대하(帶下)는 말그대로 하복부가 냉하여 허리띠(帶)  밑으로 분비물이 흐르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서, 주로 자궁 난소를 포함한 하복부로의 기혈순환 장애에 의하여 냉한 상태에 노출되어 발생하게 된다.

생식이 가능한 여성의 질은 항상 일정한 수분을 함유하며, 질의 상피세포와 자궁경부에서는 삼출액을 분비하여 항상 pH 3.8-4.5의 상태의 낮은 산도가 유지된다. 또한 질과 질에 상재하는 정상세균총은 항상 일정한 균형상태를 형성한다. 물론 외부의 자극에 의하여 달라질 수도 있지만 자극이 소실되면 정상 균형상태로 회복된다. 하지만 이러한 균형상태는 생리기간이나 임신, 성교 등에 의하여 바뀌면서 산을 생산하는 주요 세균들에 의하여 증식이 억제되어 있던 다른 세균들이 비정상적으로 증식되면서 병을 유발하게 된다. 

물론 생리적인 분비물도 있을 수 있지만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나 당뇨병 같은 면역반응에 문제가 있는 질환을 가지고 있어도 질염에 쉽게 노출이 되므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또한 항생제도 질내의 이상균을 방어하는 정상 상재균의 숫자를 줄임으로써 질염을 유발한다. 가장 대표적인 항생제는 테트라사이클린, 세팔로스포린, 앰피실린 계열의 광범위 항생제이다. 

한방적으로는 전체 순환혈액량의 부족이나 혈액의 점도가 끈끈하여 순환에 장애가 생기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시는 물에 비하여 잦은 소변이나 소변량의 과다, 땀, 설사, 체질적으로 편중된 지나친 화열(火熱)에 의하여 체내의 혈액량이 줄어들수 있고, 여기에 노심초사(勞心焦思) 등의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하여 혈액의 점도가 더욱 끈끈해지고 혈액이 울체(鬱滯)된다. 병적인 상태에서 무작정 방치하면 자궁 난소로의 기혈순환 부전에 의한 자궁근종, 난소낭종 등의 병변도 발생할 수 있다. 양방의 치료는 과잉증식된 세균의 소멸과 증식억제에 촛점을 두어 항진균제나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반하여, 한방의 치료는 하복부의 기혈순환 장애의 요인을 찾아 개선하여 정상균과 이상균이 평형상태를 이룰수 있도록 몸의 상태를 조절해 준다.

혈액의 점도나 줄어든 순환혈액량에 더하여 하복부나 하체의 과도한 노출 의상이나 순환을 저해하는 꼭끼는 바지는 순환을 저해하여 손발이나 하복부의 냉증을 더욱 악화시킨다. 또한 지나친 청결을 염두에 둔 너무 잦은 뒷물(douche)도 질내의 산도를 떨어뜨려서 이상균의 증식을 초래하니 주의해야 한다. 이제 계절적으로 날씨가 추워지면서 혈액순환에 관련한 질환이 많이 유발될 때이니, 평소에 냉증(冷症)이 있는 여성은 혈액량을 늘리고 순환을 촉진하는 치료와 함께 몸의 보온에 신경을 쓰는 몸의 월동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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