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n Medical Clinic

이병삼박사 칼럼

알레르기(Allergy) (강서양천신문 2006.9.25)

흔히 상대하기 껄끄러운 상대나 그러한 상황에 처해서 과민반응을 나타낼 때 하는 말이 무엇에 알레르기가 있냐고 한다. 그만큼 알레르기는 자신과는 조화를 이룰 수 없거나, 안간힘을 써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이질감(異質感)을 유발케하는 불청객에 해당한다. 하지만 같은 상황이나 상대에 처한다 해도 각자의 심폭(心幅)이나 몸의 상태에 따라서 그 반응은 천차만별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전혀 반응을 일으킬만한 자극으로 조차 인식되지 않는 반면에 또 다른 사람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으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알레르기는 그 요인과 반응에서 항상 상대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 치료에 있어서도 그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이러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이나 요인을 알러젠(allergen)이라 표현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십, 수백만 가지가 모두 그 자격이 될 수 있다. 물론 각 개인에게 있어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요인을 명확히 집어낼 수만 있다면 그 요인을 회피하거나 면역을 획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극복할 수 있겠지만 생각같이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가지가 복합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수많은 요인중에서 하나를 찾아낸다는 것은 어찌보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일수도 있다.

따라서 알레르기의 치료에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한방의 오래된 면역의 개념에는 "정기존내 사불가간(正氣存內 邪不可干) 사지소주 기기필허(邪之所湊 其氣必虛)"가 있다. "인체에 정기(正氣)가 굳건하면 사기(邪氣)가 들어올 수 없고, 사기(邪氣)가 이미 들어 온 것은 그 정기(正氣)가 반드시 허한 것이다"란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알레르기성 결막염, 비염, 천식, 피부염 등의 알레르기는 우리 신체의 각 부위에서 각기 다른 이름으로 발병하지만 결국은  정기(正氣)가 허하여 면역기능이 항진 또는 저하된 상태로서 정상을 벗어난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치료나 예방에 있어서 발병된 부위나 외적인 요인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미 병에 감수될 수 밖에 없는 상태에 처한 자신의 내부적 상황은 주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병사(病邪)가 아무리 드세다해도 심신이 건강하다면 절대로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가 될 것이고, 심신이 나약한 상태라면 아무리 사소한 병원균에도 문을 열고 적을 맞이 하는 꼴이 되어 쉽게 함락되어 병에 이르게 된다. 정확한 체질과 병증분석에 의하여 정기를 북돋아 주고 사기를 몰아낸다면 알레르기를 재발없이 근본적으로 치유하여, 알레르기의 어원처럼 남과 다른 이색반응(異色反應)에서 벗어나 건강한 사람으로서의 보편타당한 반응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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