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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감기 이야기[서울사랑.2010.11월호 기고] 이병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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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을 이룬 단풍도 이제 낙엽으로 변하고 어느새 추워진 날씨는 겨울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 감기를 포함한 호흡기 질환이 극성을 부릴 시기입니다. 흔히 감기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감기가 진행되어 폐렴, 중이염 등의 더 큰 병이 올 수 있다는 말도 되겠지만 그보다는 감기에 걸릴 정도로 기본적인 체력이 고갈되고 몸의 상태가 약하기 때문에 당연히 다른 병에도 취약할 것이라는 해석이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감기에 대한 동서양의 공통된 인식

감기(感氣)라는 한자어를 풀어보면 “기운에 감촉되었다”는 뜻입니다. 또는 감모(感冒)라고 하여 “감촉되어 갇혀있다” 정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이때의 기운이란 것은 대개 바람과 추위인 풍한(風寒)을 말합니다. 또한 감기의 고어인 “고뿔”도 흔히 “콧속에서 불이 난다”는 뜻으로 잘 못 알려져 있지만 그 어원은 “춥다”라고 합니다. 영어 표현에서도 감기는 "catch a cold"로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감기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을 추위로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한의학에서는 고전적으로 자연계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여섯 가지의 기운을 인식하였습니다. 이 육기(六氣)는 풍한서습조화로서 바람, 추위, 더위, 습기, 건조함, 화기인데 이것은 또한 병을 유발하는 기운으로도 작용하여 그럴 때는 육기가 아닌 육음(六淫)으로 칭하였습니다. 그리고 감기는 주로 추위에 상하여 오는 경우를 가장 많이 말하였지만 바람이 추위나 더위와 합하여 오는 것도 언급되었습니다. 

감기의 원인은 오로지 바이러스 때문일까요?

서양의 과학은 눈에 보이는 실체를 중시하여 발달하였습니다. 공학의 발달로 인한 전자현미경의 등장으로 이제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감기는 바이러스 질환이라는데 왜 항바이러스제 대신에 항생제를 쓸까요? 물론 신종 flu에는 항바이러스제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일반 감기에는 쓰지 않습니다. 또한 감기에 의한 합병증에 의하여 폐렴이나 중이염이 왔을 때는 항생제도 써야 하겠지만 항생제의 오남용으로 인한 내성으로 슈퍼박테리아가 출현하여 이제 사소한 질환으로도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병에 대한 저항력의 약화로 감기만 걸려도 죽을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입니다. 그리고 바이러스는 추울 때 활동성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겨울에만 감기가 있어야 하고 사시사철 더운 열대지방에서는 감기가 없어야하지 않을까요? 그러므로 감기는 바람, 찬 기운, 건조함 등의 기운이나 갑작스런 온도차에 적응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추운 겨울에도 내내 감기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날씨가 포근했다가 갑자기 추워질 때 자주 걸립니다. 

독감, 신종플루, SARS! 예방접종만이 능사일까요?

작년에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신종플루, 몇 해 전 맹위를 떨쳤던 SARS(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 연례행사처럼 찾아오는 독감에 대하여 예방접종만이 유일한 대안일까요? 물론 예방접종도 필요하겠지만 예방접종 없이도 안 걸리는 사람이 훨씬 더 많고, 걸려도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언제 어디에나 존재하는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에 감염되지 않도록 내 몸의 정기를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또한 독감 예방주사로 일반 감기는 예방할 수 없으며 대유행이 예상되는 특정 바이러스에 의한 감기만을 예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그 예상이 빗나간다면 그것도 무용지물입니다. 

또한 예방접종으로도 항체가 생기지 않은 경우도 있고, 항체의 유효기간도 사람마다 달라 예방접종 후에 질환이 발병한 사례도 있으며 예방접종의 부작용도 완전히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예방접종만으로는 완벽한 대비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감기의 예방과 치료에 뛰어난 한의학

“감기는 치료하면 일주일, 내버려두면 7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만큼 감기에 약을 많이 쓰는 곳은 없습니다. 대부분의 구미선진국의 의사들은 감기에 걸렸을 때 푹 쉬면서 체력을 보충하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또한 한의원에는 오래되어서 낫지 않는 감기에 주로 내원하기 때문에 한약은 만성호흡기질환에만 잘 듣는다고 오해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급성 질환이나 감기의 초기에도 효과가 좋습니다. 물론 신종 flu든 예상되는 독감이든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의 접종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해당 바이러스에 노출되어도 질병에 걸리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으며, 걸려도 심각한 후유증없이 경미한 증상과 함께 금방 회복되는 사람이 더 많습니다. 외부의 요인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응하는 내 몸의 저항력의 상태가 가장 중요합니다. 

평소에 한의학적 방법으로 심신이 최적의 건강상태를 유지한다면 해당 질병에도 걸리지 않고 걸린다해도 충분히 치료될 수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면역력, 저항력은 결코 특정한 하나의 음식이나 건강기능 식품에 달려있지 않습니다. 기혈과 음양이 완벽한 형태로 조화와 균형을 이루어야 합니다. 누구나 타고난 체질의 불균형을 바로 잡아 평상시에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감기와 더 큰 병을 막는 지름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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