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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삼박사 칼럼

올바른 이열치열로 건강한 여름나기[서울사랑.2010. 7월호 기고] 이병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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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여름철이 되면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하여 따뜻한 성질의 음식을 먹으면서 땀을 흘리게 되는데 이는 한의학적으로도 상당한 근거가 있다. 여름에는 피부 쪽으로 열이 몰리게 되어 상대적으로 안에 위치한 소화기는 차기 마련이다. 또한 빙과류나 찬 음식, 과일이나 야채 등의 생(生) 것을 자주 먹고,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을 자주 쏘이게 되므로 오히려 속이 차서 생기는 설사, 복통, 소화불량이 오기 쉽다. 따라서 이럴 때는 따뜻한 성질의 삼계탕이나 개고기 등을 먹어서 비위(脾胃)를 따뜻하게 하면 좋다. 이러한 음식들은 흔히 보양식으로 불린다. 단백질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여 몸을 보양(保養)하는 측면이 있고, 또한 땀을 흘리면서 소실되는 양기(陽氣)를 보충하는 보양(補陽)의미가 있다. 

보양식도 몸에 맞는 것이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맞는 보양식은 어떤 것이 좋을까? 보약과 마찬가지로 보양식도 반드시 자신의 체질과 현재의 몸 상태에 맞는 것을 찾아야 한다. “묻지마” 식 남용과 요용은 오히려 몸의 건강을 해친다. 

우리 몸의 양기(陽氣)란 다름 아닌 혈액의 작용을 말한다. 체온을 유지하는 것도 생명의 동력이 되는 것도 모두 혈액이 근간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과도하게 땀을 내어 수분이나 혈액량이 부족하게 되면 직접적인 양기(陽氣)의 손실을 가져오는 것이다. 여름에 다른 사람에 비하여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을 보고 누구라도 결코 건강하다 하진 않는다. 이는 피부에 흐르는 양기의 부족으로 땀구멍을 열고 닫는 조절작용이 실조되어 혈액이 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여름철에 먹는 보양식의 재료는 거의 모두 온열(溫熱)한 성질로 구성이 된다. 삼계탕에 들어가는 닭, 인삼, 황기, 생강, 대추 등이 그렇고 개고기 또한 더운 성질이다. 흑염소, 추어탕, 옻닭, 오리탕, 장어탕 등 대부분의 보양식도 양기를 돋우는 것에 치중되어 있다. 하지만 체질적으로 화열(火熱)이 많은 사람이 자주 즐기면 오히려 수분과 혈액의 양을 줄여 혈압을 올리거나 시력을 떨어뜨리고 피부질환이나 소화 장애를 유발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러한 사람이라면 오히려 성질이 차고 지방질이 많은 돼지고기나 양고기 등을 먹는 것이 좋다. 

또한 여름이면 선풍기를 끌어안고 살며,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이라도 아랫배가 차고, 찬 것을 먹으면 탈이 나고, 대변이 무르거나 잦은 사람이라면 소화기는 냉한 것이니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보양식이 도움이 된다. “몸에 열이 많다, 적다”의 기준은 소화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므로 자신이 임의로 판정하지 말고 반드시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물과 불의 균형과 조화가 관건이다

결국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과 불의 균형과 조화이다. 특히 물은 사람의 몸을 구성하는 물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수분은 우리 몸에 다양하게 분포하여 혈액중의 혈장(血漿), 점막의 진액(津液), 관절낭의 활액(滑液)으로서의 기능을 한다. 하지만 섭취하는 물의 양에 비하여 땀이나 소변, 설사, 구토, 출혈 등이 과도하게 되면 몸이 병적인 상태에 빠지게 된다. 혈장의 양이 줄어들게 되면 혈액의 점도가 끈끈해져서 저리거나 쥐가 나는 담(痰)의 증상이 오며, 혈액순환 장애에 의하여 피로, 무기력, 두통, 어지러움, 수족냉증, 생리통, 가려움증 등이 발생하게 된다. 점막으로의 진액이 부족하게 되면 안구건조증, 구갈(口渴), 인후 건조감, 기침, 천식, 변비, 질 건조감 등이 온다. 관절낭의 활액부족은 연골의 마모를 가중하여 관절염에 의한 통증과 부종을 야기한다. 

따라서 여름철에 이열치열이라 하여 너무 자주 과도하게 땀을 흘려 수분을 손실하게 되거나, 체질적으로 화열이 치성한 사람이 일방적으로 양기만을 보강하면 오히려 수분의 부족을 야기하여 이와 같은 부작용의 우려가 있다. 또한 여름철에는 보약(補藥)을 먹어도 땀으로 빠져서 효과가 없다는 말들을 한다. 그러면서도 땀을 많이 흘려서 지치기 쉬우므로 보양식은 자주 먹어야 한다고 한다. 똑같은 논리인데 보약과 보양식을 구분하여 정반대의 행동을 취하는 이유를 이해 할 수 없다. 모쪼록 몸에 맞는 보약과 보양식으로 지친 몸을 잘 보강하여 건강한 여름을 보내고 앞으로의 긴 겨울에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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